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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금융산업] <2> 신뢰 재구축 필요하다

"믿음 무너지면 추락은 순식간"… 기본 충실해야 한단계 도약



두세 차례 위기 극복한 금융산업… 기초체력만 믿고 신뢰 쌓기 등한시…
양적 성장 집착 경영행태도 문제

약속 무너지면 금융산업 기능 못해… 서민상품 개발·따뜻한 이미지 구축…
예측 가능한 정책·집행 등 뒤따라야


#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품질만큼은 세계 1위를 자임했다.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와 상품의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시간은 짧았다. 지난 2009년 발생한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 이후 도요타의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그래서 도요타가 꺼낸 카드는 '기본 챙기기'와 '소비자 신뢰 회복'.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도요타는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비록 3~4년간 신뢰회복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2ㆍ4분기 매출은 5조5,015억엔(79조7,630억원), 영업이익 3,530억엔(5조1,180억원) 등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신뢰도에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금융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은행끼리, 그리고 고객이 은행을 믿지 못하면서 금융시스템이 경색됐다. 자금이 돌지 않자 위기는 더 확대 재생산됐고 종국에는 파산으로 이어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 신뢰도 역시 땅에 떨어졌다. 그렇다고 회복이 빠른 것도 아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주요 기관의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은행의 신뢰도는 21%에 불과했다. 역대 최악의 수치인데 조사 대상 16개 기관 가운데 13번째다. 일반 제조업의 상품과 달리 금융은 신뢰를 밑바탕으로 해 작동되기 때문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데 앞으로도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에서부터 감사원의 대출가산금리 조작 지적까지. 금융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의 각종 비리와 퇴출로 제2금융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더니 이제는 제1금융마저 위태위태하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은행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한 전직 은행장은 "한국의 금융산업이 양적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갈수록 기본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금융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다음은 시장에서의 퇴출"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지금이라도 신뢰를 찾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해석을 내놓았다.

◇예견된 금융의 신뢰 위기=은행장을 지낸 A씨는 "국내 금융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면서 "국내 금융의 신뢰 위기는 예견됐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은행장' 호칭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저축은행에도 '은행장'의 호칭을 달지만 일본은 지방은행의 CEO도 '대표'라고 할 정도로 은행장의 호칭에 상당히 제약을 둔다"면서 "그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산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관리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양적 성장에 집착하는 경영행태도 꼬집었다. 그는 "은행장 등의 임기가 보통 3년이다 보니 실적을 쌓는 데 집착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일선 영업점에서는 도덕성을 헤칠 영업행위가 나올 개연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 당국자들도 진단은 비슷하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금융산업이 두세 차례의 위기를 겪고 튼튼해진 기초체력만 믿고 신뢰를 쌓는 데는 등한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신뢰는 금융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전산보안사고나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 가산금리 조작 등 신뢰를 해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신뢰의 리빌딩(rebuildㆍ재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신뢰의 리빌딩 필요"=화폐는 '약속ㆍ믿음'에서 출발한다. 약속이 무너지면 화폐는 물론 금융산업도 기능을 할 수 없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기관을 허가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해법은 간단하다고 지적한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금융산업이 '정부-관련기관-금융회사-금융소비자'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신뢰를 회복해야만 금융시장 자체의 원활한 흐름은 물론이고 금융의 여러 파생 기능(대출·신용·외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한 은행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외국 금융회사의 CEO에게 '선진금융'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예측 가능한 정책 및 집행 ▦금융기관ㆍ금융회사의 개선 노력 ▦서민ㆍ중기 등 사회적 약자 서비스 확대 ▦글로벌 위기 대응력 제고 등도 뒤따라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 당국은 물론 금융회사도 소비자보호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직 고위관료는 "금융 당국이 수년 전부터 소비자보호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국민에게 금융회사는 '따뜻한' 이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서민에 대한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은 물론 각종 불합리한 약관 등 금융회사 스스로 알지 못하는 '반서민'적인 관행을 스스로 타파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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