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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 다되면 가동 중단? 선진국선 이해하기 힘든 일

원전 안전성 높은 지지율에 미국 등 심사 후 재가동 흔해

스테판 뎀벡

람지 자말

"미국 원전의 설계 수명은 40년이지만 수명이 다했다고 가동을 멈추지는 않습니다. 충분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면 심사를 거쳐 20년간 '계속 운전'을 유지합니다" (스테판 뎁벡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국장 대행)

"운영 중 '대규모 설비공사(리퍼비쉬먼트ㆍrefurbishment)'를 거쳤다면 중수로 원전의 경우 신형에 가깝습니다. 수명이 다했다고 중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람지 자말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부회장)

1982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는 발전소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되며 5개월째 가동이 중지되고 있다. 인허가 심사 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운영 재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반면 미국, 캐나다 등의 규제기관 관계자들은 '월성 원전' 문제에 대해 한결같이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원전 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설계 수명이 만료된 뒤 인허가 심사를 거쳐 다시 원전을 가동하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 미국에서는 전체 원전의 약 3분의 2가 '리뉴얼' 심사를 마쳤거나 심사 중에 있다. 약 45%(발전용량 기준)의 원전이 30세 이상의 노후 원전이기도 하다. 캐나다의 경우 22개 원전 가운데 총 7개가 재심사 과정을 마치고 가동 중이다.

심지어 계속운전 허가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영을 지속하는 일도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NRC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뉴욕시 북부 인디안포인트 원전의 원자로 2기 중 1기에 대해 운영재개 조치를 내렸다. 운전을 더 가동할 지 결정하는 과정에 1년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현 상태에서의 정상 발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전과 관련된 각종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국민적 홍역이 뒤따른다. 실제 국내에서는 '사용후 핵연료'가 아닌 작업복, 장갑, 부품 등을 보관하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짓는 데만 무려 19년이 소요됐다.



우리 원전의 기술력이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미미하다. 미국의 경우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지난해 기준 68%에 달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경우에도 원전 지역의 지지율이 56% 내외로 원전이 가동되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내 원전 지지율은 49%에 불과했다. 미국은 1979년 TMI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33년 동안 원전 신설을 멈추고 기존 원전의 무사고 기록을 양산, 기간 중 원전 찬성률을 2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전과 관련된 경미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감추려고만 급급, 결국 '국민적 외면'이라는 자충수를 낳았다.

'원전 선진국' 도약에 성공했지만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규제 관리 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점도 다른 문제다. 실제 주요국 중 원자력규제기관을 대통령, 총리 등 국가 수반 직속에 두지 않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내 규제기관의 종사인력 수도 캐나다의 삼분의 일 수준이다. 최근 원자력산업정책 및 방사성폐기물관리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부처 주요 인력을 전원 교체, 눈총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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