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의 백대마는 원래 사는 길이 없었다. 패도 내지 못하고 고스란히 잡히는 신세였다. 그러나 그 백대마에는 약간의 뒷맛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콩지에가 그 뒷맛마저도 개운하게 없애려고 하다가 그만 큰 수를 내주게 된다.
흑69가 문제의 수였다. 이 수로는 A에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그랬더라면 흑승이 거의 확실했다. 백은 B로 두어 약간의 끝내기 이득을 취하겠지만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콩지에는 10분을 장고하고서 실전의 흑69로 받았다. 이세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백70으로 터를 잡았고 완전히 죽어 있던 백대마에 활력이 붙었다. 백74로 모양을 갖추자 이제는 패로 사는 수단이 생겼다.
흑75는 제2의 문제수. 여기서는 참고도1의 흑1로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변의 백을 조그맣게 살려주고 흑13으로 하변을 키웠더라면 흑의 완승 무드였다.
"콩지에는 실전의 흑75로 두어 흑승이 거의 확실하다고 본 모양이에요. 하지만 이세돌이 백76으로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윤현석)
백76은 절정 고수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승부수였다. 팔뚝 하나를 떼어 주고 상대의 목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작전이었다. 흑77이 놓이자 우변의 백대마는 도로 절명했다. 참고도2의 백1로 두어도 흑2면 더이상 아무 수단이 없다. 이세돌은 오래 전부터 노리던 백78을 두어 상변의 흑대마를 잡으러 갔다. 우변의 흑진은 80집이 넘는다. 콩지에는 이 바둑을 무조건 이겼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게 문제지요. 최후의 일각까지 긴장을 풀면 안되는 법인데 콩지에가 너무 낙관한 것 같아요."(윤현석)
흑81이 문제였다. 이 수로 C에 다부지게 막았더라면 거의 완생이었다. 백84로 엄습하자 흑대마의 사활이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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