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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누가 10년 뒤를 걱정하나?-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1970년대에는 한국에서 한 해에 100만명대와 90만명대의 한국인이 태어났다. 1980년대에는 80만명대로 내려갔다. 1990년대 전반기에 70만명대로, 1990년대 후반에는 60만명대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 대란을 겪으면서 21세기 초에 이 수치는 50만명대를 바로 패스해서 2005년에는 43만명대로 추락했다. 지난 10년은 이 40만명대에서 약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지난해도 43만명이 태어났다. 출산율 1.21명은 30년마다 인구가 절반이 줄어드는 수치다. 이 출산율이 유지되면 2300년에 한국 인구는 5만명 남짓만 남는다. 멸족의 위기는 수학적으로는 이미 시작됐다.

인구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구를 먼저 봐야 한다. 사람의 수와 사람의 역량이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곧잘 이를 잊어버린다. 1980년대 출생률이 줄어드는 판에 '하나 낳기 운동'을 벌여 세계 최저 출산율의 재앙을 재촉했다. 1990년대 급격한 출산율 감소 와중에 대학을 왕창 늘리는 정책을 펴 80%가 대학을 가지만 청년 실업은 심해지고 중소기업은 인력을 못 구하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자초했다.

지금은 어떤가. 모두가 저출산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고령화도 우려한다. 하지만 대책은 여전히 대증요법이다. 저출산이라 하니 보육을 책임진다고 난리였다. 그런다고 저출산이 해소됐나. 10년간 각종 보육 대책이 강화됐으나 출산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젊은 세대의 직업·결혼·가치관·가족형태·라이프스타일 이런 것들을 모두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저출산 극복은 힘들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단기적 대증 요법이 아니라 장기적 종합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2005년에 태어난 43만명이 20세가 되는 2025년께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대학 정원이 55만명인데 2025년에 대학 진학률 80%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정원을 20만명 이상 줄여야 한다. 군대도 심각하다. 65만명 군인 중에 50만명을 징병으로 뽑아야 하는 현실에서 군인 수를 30% 이상은 줄여야 한다. 모병제 논의가 자연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인구의 변화 때문이다.



노동력은 또 어떤가. 매년 40만명 노동력으로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을까. 우선 생산 현장과 서비스 현장에서 노동력 부족 사태는 곧 닥칠 문제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이민정책과 다문화정책·시민권정책 등은 누가 지금 챙기고 있는가. 노동력 이외에도 농촌의 공동화, 지방 도시의 위축, 주택 수요의 감소 등 이미 진행된 미래는 붙잡을 수 없다.

불과 10년 안에 벌어질 일이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국가가 과연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불과 10년 뒤의 문제를 자기 과제로 삼아 근원적인 비전을 세우려는 정치지도자는 있는가. 이게 안 보인다는 것이 한국 정치의 문제이자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 한숨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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