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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합법화완 별개… 산업계 혼란 불가피

대법 "불법체류자도 노조 설립 가능"

중기 중심 임금인상 요구 가능성… 불법체류 노동자도 크게 늘수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5일 '노동조합설립 신고서 반려처분취소 소송'에서 국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도 노조를 만들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한 이주노동자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체류 노동자여도 이미 취업상태라면 노조 설립 등의 노조 활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25일 판결로 중소기업 등 산업계에 적지 않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최장기 미제사건이었던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불법체류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당장 산업계에 큰 피해가 있지는 않겠지만 총 파업을 선언한 노동계와 합세하거나 중소기업과 건설현장 등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갈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불법체류 노동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6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는 서울행정법원에 노동조합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은 노조가입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주된 구성원이기 때문에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이에 대응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외국인 근로자일지라도 헌법상 근로 3권의 주체가 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자격 유무를 노조설립신고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은 만큼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불법체류로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였다.

대법원은 일을 하고 있으며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누구나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현재 취업을 한 사람이나 실업자·구직자 외에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포함되는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등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라며 "그런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한 출입국관리법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노조 설립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법이 불법체류하는 외국인을 강제퇴거하거나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고용만을 금지하는 것일 뿐 이들이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권리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노조 가입이 취업자격이나 체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해 노조의 조합원 지위에 있는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자격을 취득하거나 체류가 합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2006년 1심은 "불법체류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이들은 적법한 근로 관계가 계속될 것임을 전제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지위향상을 도모할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다"며 "불법체류 근로자들이 노노법상 노조가입이 허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2심은 노조 설립과 체류자격은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헌법 6조,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5조, 조합원의 인종 등에 의한 차별대우를 금지한 노노법 9조의 입법 취지 등을 보면 근로를 제공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 선고 후 민주노총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불법 노조라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강요와 무시를 당할 때 너무 힘들었었다"며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사업장에 가 교섭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22만3,464명으로 2011년(16만7,780명)에 비해 33%가량 늘어났다. 이를 모두 외국인 근로자로 볼 수는 없지만 상당수가 한국에서 일을 하다 체류기한(4년10개월)을 넘기거나 사업장을 옮기는 등의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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