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예멘 사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국들이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본격화해 세계 최대 원유 생산지인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부각되며 유가가 장중 6%나 급등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1.43달러로 전날 대비 2.22달러(4.5%)나 뛰었다. 북해산브렌트유도 전날보다 4.57% 상승해 배럴당 59.0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달 4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전 세계 산유량에서 예멘이 차지하는 비중이 0.2%밖에 되지 않는데도 이처럼 유가가 급등한 것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예멘의 바브 엘만데브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주요 통로다. 이 해협을 예멘 산유량의 30배에 이르는 하루 380만배럴의 원유와 정유제품이 통과하고 있다. 만일 예멘 사태가 확산돼 해협이 막히면 석유 운반비용과 시간이 급격히 늘게 된다. 이집트는 이날 수에즈운하를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홍해 입구인 아덴만에 파견하기도 했다.
켄 크로포드 아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런 지리적 위치 때문에 사우디와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의 예멘 군사작전 상황을 전 세계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량은 충분하고 수송에 차질을 빚는다 해도 대체할 만한 시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IHS에너지인사이트의 빅터 셤 부사장은 "현재 시장 반응은 무릎을 치면 다리가 올라가는 조건반사에 불과하다"며 "지금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매수를 기다리는 석유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예멘 사태보다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유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스위스 컨설팅 회사 패트로매트릭스의 올리버 제이컵 매니저는 "예멘의 바브 엘만데브 해협 봉쇄보다 이란 석유수입 제재가 풀려 석유가 쏟아져 나오는 게 원유시장에 더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수니파 10개국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상대로 전날에 이어 공습을 재개했다. 전투기가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북부 등지를 공습하면서 민간인 18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도 즉각 반격에 나서 북부지역에서 사우디에 로켓 공격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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