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파나마운하가 컨테이너선 수송량 감소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무역 성장세가 둔화하고 미국인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14년 완공 이후 약 100년간 세계 해상무역의 중심항로 역할을 해온 파나마운하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르헤 키아노 파나마운하청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파나마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선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며 "파나마운하의 전성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신문은 파나마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선이 2007회계연도에는 3,600척에 달했지만 지난해 약 20% 감소한 2,891척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파나마운하의 물동량이 줄어드는 최대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시화한 세계무역 성장세 둔화다. 세계 무역량은 금융위기 발생 이전 30년간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라는 말처럼 세계 경제 상승세의 두 배가량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 경제의 주요동력이 무역에서 내수로 전환되면서 무역량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파나마운하 전체 물동량의 3분의2 이상을 소화하는 미국의 소비감소도 악영향을 미쳤다. FT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줄었으며 결과적으로 파나마운하를 통해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선박 수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인프라 투자가 남미 곳곳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제1 수송로인 파나마운하의 아성은 한층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남미순방 일정 중 브라질을 찾은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페루의 태평양 연안과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횡단철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대규모 투자협정을 맺었다. 횡단철도가 완공될 경우 세계 각국 컨테이너선들이 남미의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필요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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