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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Secret Sunshine'과 KBS

요즘 방송계와 학계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논쟁도 KBS의 덩치만큼이나 큰 것 같다. 찬반 양론은 “과도하게 상업적이고 공영성을 담보하지 못한 부분만 개선된다면 수신료 인상도 고려해야(정윤식 강원대 신방과 교수)”한다는 찬성과 “수신료를 인상해주면 잘하겠다는 것은 용돈을 더 주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신종원 YMCA 시민중계실장)”이라는 반대 논리로 요약된다. 하지만 한번쯤 생각을 바꿔보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린다. 30년 전인 지난 76년. 과즙 탄산음료 ‘써니텐’이 나왔다. 아직도 잘 팔리고 있는 이 제품의 이름을 써니텐이라고 지은 것은 그 안에 10%의 과즙을 넣었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10%과즙이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음료수 밑에 과즙이 가라앉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찌꺼기가 있어 먹기를 꺼렸다. 그때 어느 마케팅 전문가가 ‘흔들어 주세요’라는 카피를 넣고 모델이 몸을 흔드는 섹시한 광고를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제품의 단점을 장점으로 뒤집고 섹스어필해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단 한번의 발상전환이 제품을 살린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계 복귀작 ‘밀양(密陽)’은 2007년 칸을 달궜고 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그런데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이 ‘Miryang’이 아니라 한자의 의미를 풀어 쓴 ‘Secret Sunshine’이어서 주목받았다. 이 신비스런 제목이 영화를 돋보이게 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후문이다. 이 감독이 밀양의 한자의미를 찾아내 ‘Secret Sunshine’을 모티브로 승화시킨 게 주효했던 것이다. 통상 KBS의 경쟁력으로 최대 기간공영방송이라는 독보적인 지위와 광범위한 전국 네트워크, 한국전력의 전기사용료와 함께 자동 징수되는 안정적인 수신료재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KBS에 들어오는 수신료는 가구당 월 2,500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 중 한전에 주는 위탁수수료 130원, EBS배분금 30원을 뺀 2,300원이 KBS의 몫이다. 적은 것 같지만 한해 징수액이 약 5,300억원 정도다. 이 와중에 KBS는 현재 월 2,500원에서 60%(1,500원)를 올려 4,000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S 출신 방송인들은 “수신료 인상은 비판 여론을 수용한 뒤 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정식구들조차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 물론 KBS의 처지도 십분 이해된다. KBS는 당장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HDTV나 디지털전환 등의 설비투자를 이뤄내 국내방송 산업을 견인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자본금 3,000억원에 전액 정부출자로 만들어진 KBS는 그간 지나치게 방만한 조직구조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6년 말 기준 KBS의 임직원 수(지역국 포함, 자회사 및 계열사 제외)는 약 5,500명. 1직급 이상 고위직만 380명이나 된다. 2개의 TV채널과 2개의 위성방송채널, 7개의 라디오채널 수를 감안하더라도 MBC(본사 약 1,450명, 지방사 2,300명), SBS(약 860명)와 너무나 비교된다. 특히 당면 위기를 국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스스로 헤쳐나가고 있는 신문사 등 다른 미디어 산업에 비춰봐도 KBS의 주장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KBS의 2006년도 예산은 1조3,300억원, 매출액 1조3,355억원, 당기순이익은 242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료방송 간판을 들고 영업 중인 경쟁 민간사업자들인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당 월평균 수신료 수입이 5,300원이라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게다가 KBS는 81년부터 2005년까지 81년ㆍ88년ㆍ98년ㆍ2004년, 단 4개년을 제외하고 매년 평균 352억원씩 모두 7,400여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오지 않았는가. 인터넷TV(IPTV) 등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위기’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국내 케이블TV 채널편성의 최대특징은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계열PP나 지상파 드라마 등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나 TU미디어(위성DMB)는 물론 IPTV조차 지상파방송을 확보하지 못해 안달이다. 뉴미디어가 지상파의 제2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 손쉽게 돈이 더 들어오는 정책으로 바꿔달라고 읍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방송산업의 핵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원자재로 삼아서 뉴스나 드라마ㆍ오락프로를 만들고 배급하는 일이 곧 방송활동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의 방송역사 80주년이고 이는 곧 KBS의 역사다. 연륜에 걸맞게 국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보다 써니텐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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