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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동심, 병동에서 한뼘 자라다

● 영화 ‘안녕, 형아’


9살 꼬마는 12살 형이 마냥 부럽다. “머리가 아퍼”라는 말 한마디면 학교도 빠질 수 있고 가기 싫은 학원에 안 가도 된다. 그런 형이 진짜로 많이 아프단다. 머리를 빡빡 깎고 수술실에 다녀 오더니 엄마는 형만 더 끔찍이 아껴준다. 꼬마는 대머리 형이 웃기기만 한데, 엄마는 매일 병원 구석에서 눈물만 짓는다. 슬슬 형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꼬마의 장난기는 말릴 길이 없다. 27일 개봉하는 ‘안녕, 형아’의 주무대는 소아병동.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쓰러진 형의 병명은 뇌종양. 수술비를 걱정하며 한숨짓는 부모와 독한 약기운에 정신마저 몽롱해지는 안쓰러운 어린아이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영화 포스터 카피가 솔직하다. “요 녀석, 되게 울린다.” 하지만 영화 속 무대는 TV의 끔찍한 병원 다큐멘터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카메라의 눈높이는 9살 막내 한이에게 맞춰져 있다. 얄밉기까지 한 9살 꼬마의 장난은 눈물과 슬픔으로 가득할 영화를 한층 밝게 한다. 흔하디 흔한 ‘불치병 영화’에서 ‘성장영화’로 탈바꿈한 것이다. 동네를 휘어잡는 골목대장 한이는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는 형 귀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이내 자신이 아끼고 아낀 ‘유희왕 카드’를 형에게 선물한다. 동심을 바라보는 영화는 이내 동화로 발전한다. 형의 병을 낫게 해 주려 동생은 산 속을 헤매면서 신비의 명약을 찾는다. 형의 병실 친구 욱이가 내내 미웠지만, “옥동자가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긴 채 수술실에 들어간 욱이를 위해 동네 나이트클럽에 쫓아가 진짜 ‘옥동자’를 데려오기까지 한다. ‘당연히’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어드벤쳐 스토리지만, 관객은 어느새 동생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을 보낸다. 시나리오 작가 김은정씨가 실제 조카의 투병생활을 지켜본 실화를 그린 만큼, ‘최루성 영화’의 상투적 한계에선 많이 탈피해 있다. “얼굴을 담그고 울면 눈이 붓지 않는다”며 함께 세면대에 얼굴을 담근 채 눈물을 쏟는 장면에 이르면 관객들의 마음도 어느새 짠해진다. 그런 부모의 가슴 싸한 현실과 9살 꼬마의 판타지 세계가 매끈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눈물만 가득했던 숱한 ‘병원 스토리’ 영화들에 비하면 확실히 진일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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