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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료 때리기' 능사 아니다
입력2008-01-06 17:14:23
수정
2008.01.06 17:14:23
신경립 기자
요즘 경제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다.
정권교체기에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는 노선을 달리하는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수립ㆍ집행해온 관료들은 하루아침에 ‘권력의 핵’에서 ‘나라경제 망친 죄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길게는 10년간 상부 지시 아래 추진해온 정책들이 하나같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질타 대상이다.
반면 기업인들은 기세가 등등하다.
‘친기업’을 표방하는 대통령 당선인을 맞아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기업 때리기’의 설움을 보상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팽배하고 있다. 금산분리ㆍ출자총액제한 등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규제들이 일제히 풀릴 가능성도 높아져 그동안 위축됐던 투자심리도 제법 살아나는 눈치다. 많은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규제완화로 기업들의 의욕만 살려줘도 7% 성장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 살리기’를 차기 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는다. 재계 출신의 한 인사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민ㆍ형사상으로 얽매인 기업인들에 일괄 사면을 해주는 ‘빅딜’이 필요하다”는 다소 과격한 제안도 서슴지 않는다.
참여정부 5년간 남발했던 불필요한 규제가 우리 경제에 족쇄를 채워온 것도 사실이다. 세계 경제 초호황이라는 날개를 달아줬는데도 평균 경제성장률이 5%에도 못 미친 것은 누가 뭐래도 정부 책임이 컸다. 앞으로 규제를 풀어 정부의 권한을 시장으로 대폭 이양하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은 누가 봐도 옳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살고 나라 경제도 산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난 5년 동안 무조건 관(官)은 잘못했고 민(民)은 피해를 봤다거나 참여정부의 논리에 따른 관료는 악이고 기업은 선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기업투자가 부진했던 것은 정부규제 탓이 크지만 스스로의 안이한 태도도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관료의 말이라면 일단 귀부터 막고보는 것도 건전한 사회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게다가 정책적인 오류는 관료들의 잘못이 물론 절대적이지만 공무원들의 생각과 입을 막아버린 관료조직의 구조자체도 문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살리기’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시장경제라도 나라 경제의 틀을 짜는 것은 결국 정부이고 관료들이다. 이제 관료 때리기는 그만하고 민과 관이 함께 선진경제를 지향할 수 있는 정부조직의 기틀이 인수위에서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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