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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관속 국책은행이 멍든다

은행사업 재편차원 구조조정 적극 추진을산업ㆍ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자리매김을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퇴출ㆍ합병ㆍ금융지주사 통합 등 대수술을 거쳐 구조조정 매듭단계에 와있는 시중ㆍ지방은행들과는 달리 미래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반대여론에 부딪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기업은행 역시 최근 외환은행과의 합병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원점으로 돌아왔다. 뚜렷한 비전이 없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지 모른다. 정부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국책은행들을 방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직은 동요하고 대외적인 신용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국책은행들은 속으로 곪는다.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누적되고 있다. ◇흔들리는 국책은행=산업은행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금융지주회사는 지난해 말 출범 했어야 한다. 그러나 지주회사 신청안을 제출하려던 작년 말 재정경제부에서 브레이크를 걸더니 금감위에 제출한 투신운용사 인가 신청은 번번히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투신운용사 설립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지난해 초 '금융지주회사라로의 발전적 변신'이라는 청사진이 나온 후 1년이 지났지만 산은의 진로는 여전히 안개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갈팡질팡이다. 90년대 초 이미 공기업민영화 계획에 포함돼 94년 일반으로부터 공모 증자까지 실시했지만 외환위기가 터진 후 정부지분은 확대되고 민영화 작업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이후 뚜렷한 비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던 기업은행은 1ㆍ2차 금융구조조정 와중에서 간간이 민영화와 합병 시나리오에 포함되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왔다. 그러던 차에 최근 외환은행과의 합병설이 터져 나와 어수선한 나날이 이어지더니 결국 1~2주 만에 흐지부지 없던 일로 정리되고 말았다. ◇내부 동요ㆍ신인도 추락=이 같은 상황은 임직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진로가 불투명해져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다"며 "금융지주사 설립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간부층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기업은행의 한 경영진도 "국책은행의 특수성 때문에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지 못하고 정부 손끝만 바라보는 현실이 한심스럽다"며 "합병이니 민영화니 하는 말이 나올 때 마다 무기력하게 휘둘리고 나면 업무에 회의가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리된 계획 없이 여기 저기 찔러보는 식의 합병논의는 은행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외환은행과의 합병 논의를 이유로 기업은행의 장기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책임한 정부당국=산업은행은 현재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wC)에 용역을 의뢰, 컨설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업은행도 합병문제가 표면화된 이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장기 플랜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이 같은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산은이 지주회사 플랜을 마련할 때도 금융연구원의 컨설팅을 거쳐 정부와도 충분히 협의해 결정했다. 반대여론은 당시에도 있었다. 이제와서 정부당국이 '문제가 있다'는 쪽의 논리에 경도되는 것은 무소신ㆍ무책임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의 갑작스러운 합병검토 역시 당연히 정부가 배후에 있다. 이런식의 돌발적인 정책은 늘 역효과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고위 당국자가 문득 생각나서 한 번 '오더'를 내려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진지한 검토 필요=결국 이들 국책은행도 한 번은 손을 대야한다. 세계적으로 산업ㆍ기업은행 형태의 국책 특수은행이 역할을 하고 있는 선진국은 거의 없다. 금융구조조정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은행산업을 정돈한다는 측면에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작업은 정부와 당사자인 국책은행들이 함께 나서야 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한번 결정하면 소신을 가지고 밀고나가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러지 않고는 금융계의 큰 자리를 차지하는 대형 국책은행들이 이렇게 애매한 상태로 장기간 혼란속에 방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지주회사건과 관련, 설립안이 마련될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에 대해서는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화용기자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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