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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28일] 명분도 실리도 없는 北의 '개성도발'
입력2008-03-27 17:52:01
수정
2008.03.27 17:52:01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협의회사무소 남측 상주요원 전원의 철수를 요구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측의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북측은 “핵 해결 없이는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트집잡아 새 정부에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는 기선제압성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개성공단의 안전성이 우려되지만 남북관계 재정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91년 비핵화 남북합의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통일부가 대화를 위한 일방적 퍼주기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터라 앞으로도 북한의 이 같은 협박과 반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북한의 협박과 변덕에 놀아난 남북관계는 국민의 뜻과도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아무리 합의를 해도 그들의 뜻에 맞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철수 요구도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대표적 사례다.
북한이 트집을 잡은 북한 핵문제는 세계가 해결을 원하고 있다. 이를 문제삼은 것은 트집을 위한 트집이다. 그것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를 택한 것은 선거에서 ‘북풍’을 일으키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당분간 남북관계는 조정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북관계 재정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민간교류 위축이 예상되지만 북한의 형편도 이를 중단시킬 만큼 여유롭지 않다.
새 정부가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전제로 상호호혜 원칙에서 국민의 뜻에 부합되는 남북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원칙이다. 앞으로 일방적인 퍼주기식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새 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북한의 새 정부 떠보기와 협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원칙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북한의 협박과 무례는 도를 더한다는 것을 과거에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서두를 것 없이 실용적 차원에서 차근차근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의 경협사무소 상주요원 철수 요구를 남북관계를 재정립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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