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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택업계, 소비자 마음 뺏어라

"주택시장의 최대 악재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은퇴 설계 광고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대형 건설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어떤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은퇴 설계 광고를 못하게 해달라'고 답했다. 은퇴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본인 스스로가 전세 살더라도 집 팔아 마련한 현금으로 당장 연금ㆍ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는 것이다. 심지어 30~40대도 언제 은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부동산보다는 금융상품에 더 관심을 가지는 바람에 아파트를 팔기가 너무 어렵다고 그는 토로했다.

물론 농담이지만 주택업계의 위기감을 잘 드러낸 의미심장한 단면이다. 자산 재분배를 놓고 금융업계와 부동산업계 간 헤게모니 싸움은 변곡점에 와 있다. 과거에는 금융자산이 일방적으로 밀렸다. 부동산은 '불패',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연금ㆍ보험은 늙어서 받아봤자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푼돈'이라는 인식 혹은 미신이 저변에 깔렸었다. 부동산자산 편중이 그 결과다. 우리나라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은 76.8%로 금융자산(23.2%)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그리고 그 싸움의 최전선에 섰던 이들은 아줌마 부대였다. 이들은 이론은 그다지 필요 없고 오로지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OO아파트 3억 뛰었어' 한마디로 게임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 싸움의 주도권은 금융업계 쪽으로 넘어왔다. 첨단 금융 이론과 경제학으로 무장한 고급 인력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자산의 효율적 분배와 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부동산을 팔아 연금ㆍ주식ㆍ채권ㆍ보험 등과 같은 금융상품을 사야 할 때라는 것이다. 물론 이 상품들은 금융회사의 주 수익원이다.



자산시장의 변화는 어쩌면 필연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주택업계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국민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집이 비싸졌다. 안 사는 게 아니라 못 사는 사람이 많다. 가격 대비 효용도 떨어진다. 비싼 값을 못한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조차 품질에 대한 입주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진짜 필요한 대책은 정부의 대증요법보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업계의 노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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