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판매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해외 현지언론에 판매량 수치를 잘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에서 만난 국내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거리에 즐비한 현대차를 보고 물었던 터라 자랑할만한 일을 왜 숨기려는 건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현대차가 잘 나간다고 하면 공장을 세워달라는 정부의 요구가 더 거세질까 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아공은 글로벌 차 업체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도 그는 곁들였다.
기자가 굳이 케케묵은 6개월 전 출장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국내에서 이와는 상반된 상황을 접해서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은 지난 5일 신차 발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국정조사 추진) 탓에 수출과 투자 유치가 어렵다”며 “경영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제발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 도움은 못줄 망정 방해는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사장의 우려는 쌍용차는 물론, 현대ㆍ기아차와 한국GM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지금 국내 생산물량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장 신형 크루즈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한 한국GM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울러 내수 시장이 얼어붙음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여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수년간 해외 생산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다 치솟는 환율로 국내보다 해외 현지 생산이 유리한 대외 여건 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의 차 생산량이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내 차 생산량 감소는 일자리 공급을 축소시키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발생 부가가치도 줄어들게 한다.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에 생산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아직 가시화된 국내 차 감산 사례가 없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가 문제다.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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