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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이 거듭하게 되면 뭘 부를까, 보다는 왜 부를까를 좀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늘 마음의 고향은 음악에 와 있는데 갈수록 내가 하는 이 음악이 무엇인지 점점 답은 멀어져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앨범을 내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울림 출신의 가수 김창완(61)이 이끄는 김창완밴드가 2집 '분홍굴착기' 이후 3년여 만에 정규 3집 앨범을 5일 발매했다. 이날 밴드는 서울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앨범의 수록곡을 선보이는 자리도 가졌다.
앨범의 이름은 '용서'다. 심장에서 새 가지와 싹이 돋아나는 자켓 이미지가 강렬하다.
"그림 속 심장은 멈춘 심장이에요. 미움과 분노, 저주스러운 마음 등으로 받은 상처나 슬픔을 죽은 심장으로 표현한 것이죠. 그리고 용서란 바로 그 죽은 심장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원래는 심장을 꺼내는 잔인한 팔을 잘라내는 이미지를 구상하기도 했어요. 너무 잔혹해서 바꾸긴 했지만 용서란 그만큼 힘겹고도 숭고한 것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죠"
타이틀곡은 '중2'라 이름 붙여졌다. 흔히 사춘기 청소년이 가지는 '난 남보다 우월해' 같은 허세스러운 심리 상태를 빗대 말하는 단어 '중2병'에서 빌려왔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를 힐난하기 위해 곡을 만든 건 아니다. 실제 '제발 내 나이를 묻지마/19금 영화는 안 볼 테니/몇 학년이냐고 묻지 마/일 학년은 아니니깐 걱정 마'와 같은 도입부 가사만 들어도 밉기보다는 경쾌하고 귀엽다.
"제목의 '중2'의 뒤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생략돼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그 시절이란 게 삶을 통틀어 가장 유아독존적으로 살 수 있는 시기일 수도 있을 텐데 사회가 그것에 대해 너무 몰인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포용할 수는 있잖아요. 그렇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제스처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앨범 타이틀과 같은 이름의 곡 '용서'는 김창완 특유의 솔직하고 담담한 가사와 창법이 돋보이는 곡이다.
베이시스트 최원식은 "첫 마디인 '힘이 들면 말을 하지 그랬어'라는 한 소절의 정서를 이어가는 것으로 녹음을 마친 곡이다. 코드의 구성이나 리듬의 종류, 템포 같은 것들에 인위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그저 그날의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곡을 녹음하는 … 너무 멋진 경험이었고 연주를 하면서 뭉클한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밴드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2일부터 3일간 대학로 공연장에서 라이브콘서트를 연다. 3월 21일과 28일에도 각각 서울 홍대와 춘천의 KT&G 상상마당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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