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이런 희망이 있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하루하루 땀 흘리며 일했고 행복한 내일을 기다리며 지금의 고통을 참아냈다. 좋은 일자리와 훌륭한 복지, 그리고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중산층의 꿈은 무너졌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은 국가에 배신당했다.
실업과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바닥난 연금과 줄줄 새는 세금으로 중산층의 붕괴는 현대 신자유주의 국가의 일반적인 자화상이 된 지 오래다. 저자들은 "권력을 가진 소수는 스스로를 살찌우면서도 국가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중산층의 생존 기반은 허물어뜨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진단하며 미국은 물론 이웃 국가 중산층의 꿈인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이유를 추적한다.
책은 사태(소수 부자와 다수 빈자간 불평등 심화)의 원인을 '1%를 위해 99%를 버리는 정책'에서 꼽는다. 중산층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세 제도를 만들고 모기지 담보 증권 사업을 투기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재점화시킨 것, 다국적 기업이 이익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을 회피하도록 용인한 것 등 암울한 현실은 극소수 지배층의 탐욕스런 국가 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책은 분명 미국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곧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광화문 광장과 인근 옥외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고,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며 노후 복지는 위협받고 있다. 부의 편중과 불평등 심화로 인한 감정의 대립으로 '갑을 논란'이라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제시하는 중산층 회복의 해결책에 눈길이 간다. 책은 '아메리칸 드림'은 배반당했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원인 제공자가 정부 정책이니 해결도 정부 정책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미국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해결책을 한국에 도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실마리'는 던져줄 수 있다.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은 기본이다. 저자들은 개별 주식 종목부터 각종 금융상품까지 월스트리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 판매세를 적용해 세수를 확보하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해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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