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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살리는 개혁’으로

국민의 정부 초창기인 지난 98년 초. 국가적 과제는 외환위기 극복이었고, 다양한 처방이 쏟아져 나왔다. IMF의 `처방전`을 받은 관료들은 환란의 주범을 재벌로 꼽고 개혁의 칼날을 휘둘렀다. 환란을 넘기 위해선 기업에 글로벌 수준의 재무ㆍ윤리 경영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빅딜과 워크아웃 등 생소한 구조조정 도구들이 도입됐고, 기업들은 걸핏하면 유포되는`살생부`에 가슴을 졸였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아까운 기업이 많이 사라졌다. 대우도 파인튜닝(미세조정)을 조금만 더 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키도 했다. 이런 점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한 관료가 사석에서 반추한 대목은 깊이 와 닿는다. “가끔은 `개혁`이란 명제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듯싶어요. 살릴 수 있는 기업들도 있었는데…”. 5년이 흐른 지금. 재벌 개혁은 또 한번 우리에게 명제로 다가왔다. 국민은 재계 3위의 총수가 검찰 청사에 불려가 “국민에 죄송…”을 읊조리는 대목을 목도하며 4~5년전 장면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사정 기관들은 재벌의 못된 경영행태를 바로 잡겠다며 경쟁하듯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에 `관행`이라는 그들의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듯하다. 환란의 주범으로 내몰렸던 기업들은 집행유예를 받은 죄인마냥 바짝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다. “앞으로 6개월은 잃어버린 시간이 될 거예요”(A기업 임원)란 말은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웅변한다. `글로벌 경쟁력`이란 말은 적어도 지금 우리 기업들의 현실에선 한낱 `수사 `로 변질된 듯하다.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 기업들의 의욕찬 야심은 일그러진지 오래다. 우리네 관료들은 기업들의 이런 모습을 얼마나 깨닫고 있을까. “불황이라고 개혁 못하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지나치게 함몰돼 있는 것은 아닐까. 재벌개혁은 분명 우리의 현실이고 명제다. 하지만 `개혁을 위한 개혁`은 곤란하지 않을까. 개혁이 기업의 경영의욕까지 옥죄면서 목적이자 유일무이한 도구로 전락할 때, 5년 후 우리 기업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김영기기자(산업부)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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