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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10월 18일] 문화 선진국을 꿈꾸며

올해는 대한민국에 오페라가 들어온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다채롭게 이뤄지고 있다. 김자경오페라종합예술원의 부원장, 한국오페라단연합회 홍보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기뻐하면서도 이때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행사들이 벌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성악가로서 생각해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우리 문화계의 현실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경제적으로는 많은 성장을 이뤘으나 문화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그나마 덩치가 조금이라도 커진 외형에 비해 문화계의 내실과 짜임새는 앞으로의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문화든 공산품이든 최고급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오늘날의 글로벌 커뮤니티에서는 감성적 접근이야말로 세계인과 소통하는 최고의 방식이며 그 감성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오직 문화에서만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최고급 문화 장르로 인정 받고 있는 오페라의 경우 우리의 여건과 현실을 살펴보면 문화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하다는 안타까움이 든다. 비록 적지만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얼마든지 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예산들은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 들어가고 아시아 전체를 다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도 실력 있는 인재들은 하염없이 실력을 썩히며 늙어가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중국을 포함, 아시아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외형과 실력과 경험을 가진 오페라단들은 당국의 무지와 기업들의 외면으로 무너지고 쓰러지고 탈진해 사라져가고 있다. 자본과 실력, 내실과 외형, 경험 등 아시아 전체 오페라계와 그 관련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춘 채 하염없이 무기력하게 스러져가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는 형편이다. 오페라가 활성화돼 있는 유럽의 경우 다양한 오페라 무대와 문화 시장의 체계적인 짜임새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학 시절 잠깐 들여다보았던 프랑스의 문화 지역화와 소규모화 정책들은 이런 현실에 처한 우리에게 많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프랑스는 음악을 국민에게 보급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한 수단으로 지역단위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꼭 큰 기관들이나 학교만이 클래식 교육을 전임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작은 지역단위의 아카데미와 같은 소규모 기관들이 많은 부분들을 일임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들은 자연스럽게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참여를 유도해 결국에는 문화강국의 근간을 이루는 틀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결국 문화사랑은 교육보다는 참여와 경험으로 그 뜻을 배우고 실천 할 수 있다는 것을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선조로부터 배웠던 것이다. 필자는 해외 각국에서 소질 있고 실력 있는 많은 성악인을 포함한 예술인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마음 아프게 지켜보았다. 우리는 세계적인 연주자들도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내 사라져버린다. 우리가 더 이상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해외에서 그들이 인정 받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고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형태의 다양한 무대에 설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살찌게 하고 나아가서는 우리가 진정한 문화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한국오페라 100주년이 됐을 때는 우리 오페라와 음악, 나아가 문화계 전체가 실력에 걸맞은 위치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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