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국제유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며 조기상환을 앞둔 유가 파생결합증권(DLS)이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투자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올 초 저유가를 틈타 발행한 일부 유가 DLS도 녹인(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 위기에 처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 발행해 3·4분기 중 조기상환을 앞둔 미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대부분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까지 조기상환이 예정된 23개 DLS 중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한 상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들 상품에 투자된 자금만 149억원에 달해 조기상환에 실패한 투자자들은 자금이 묶여 뜻하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게 됐다. 실제 24일이 중간평가일인 'NH투자증권 1863회' DLS는 조기상환 조건은 기초자산 기준가격(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 기준 배럴당 57.74달러)의 95%인 54.85달러지만 21일 기준 유가는 50.36달러로 4달러 이상 더 낮아 현재로서는 조기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발행된 유가 DLS의 대부분은 만기 6개월의 단기상품이 대부분"이라며 "조기상환도 3개월로 짧아 단기투자 자금의 유입이 많았는데 조기상환이 어려워지면 투자자들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 초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까지 하락하자 앞다퉈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을 출시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50~60달러선에서 DLS를 발행했으며 유가가 더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조기상환 기준을 기초자산 기준 가격의 95% 정도로 높게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유가가 급락하면서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지자 대부분 상품이 높게 설정해놓은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3·4분기 만기를 앞둔 DLS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가가 100달러 이상 치솟았던 2012~2013년 발행한 3년 만기 DLS는 이미 대부분 녹인구간에 접어들었다. 올해 3월께 배럴당 43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진 적이 있어 이들 상품은 만기까지 유가가 70달러선을 회복해야 원금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다시 급락하면서 사실상 손실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예컨대 지난 2012년 발행한 현대증권의 '현대able159호'는 배럴당 97달러선에 발행돼 이달 29일 배럴당 73달러까지 유가가 상승해야만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1월께 발행했던 6개월 만기 DLS는 유가가 조금 더 내려가면 녹인을 터치하게 된다. 실제로 다음달 24일 만기평가를 앞둔 동부해피플러스104회의 녹인은 배럴당 48.6달러로 앞으로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녹인을 터치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발행한 DLS의 경우 하한배리어가 대부분 30달러선이어서 녹인을 터치하더라도 유가가 더 이상 급락하지 않으면 손실을 피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의 유가 상품에 대한 투자심리는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국제유가가 상승보다는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어 손실 구간에 접어든 DLS의 경우 이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유가를 전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정확하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급락은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상승보다는 하락 요인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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