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는 ‘한국 따라잡기’를 최대 모토로 삼아왔다. 섬유ㆍ석유화학 등의 제품 경쟁력은 이미 우리를 따라잡았고 철강과 조선, 전기ㆍ전자 제품 등도 턱밑까지 따라왔다. 급기야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쌍용자동차ㆍ하이디스 등 우리의 알짜배기 기업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우리 기술자들을 곶감 빼먹듯 빼내가고 있다. 중국이 섬유ㆍ석유화학은 물론 철강ㆍ전자 제품 등에까지 대거 반덤핑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인 것은 한국 추월을 범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다. 우리 산업구조상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섬유 등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적극 나서 그들이 주력산업으로 삼는 이들 제품의 우월적 지위를 확실하게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양산업과 중국의 주력산업간 충돌로 표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무역공세 강화가 앞으로 벌어질 양국간 무역분쟁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흑자는 지난 한해 202억달러로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자 수출국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간 기술격차가 5년 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국 내 산업육성과 무역적자 해소 차원에서 중국이 조만간 한국의 전산업 분야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섬유ㆍ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기술력 격차가 거의 없다”며 “한국은 내수시장 한계로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이 자국산업 보호에 나서면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폴리우레탄 섬유제품은 중국 전체 수입액 2억3,600만달러 가운데 52.5%가 한국산이다. 덤핑관세를 통한 한국 따라잡기는 부과건수로도 확인된다. 중국이 한국산에 대해 관세를 부과ㆍ조사 중인 것은 22건. 반면 일본은 1건, 대만은 1건, 인도네시아는 4건, 말레이시아는 3건 등에 불과하다. 중국이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의 70~80%는 한국산 제품이다. 문제는 반덤핑 관세 부과가 급속하게 전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규모는 지난 2002년 237억달러, 2003년 351억달러, 2004년 480억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중국 수출은 2년 연속 4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3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미국을 누르고 제1의 수출기지로 부상했다. 안덕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무역적자를 용인하겠냐”며 “반덤핑 관세 부과가 다른 산업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덤핑판정으로 손해를 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에 보다 강한 대응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교수는 “우리도 중국산 저가 농수산물로 인해 국내 농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해 수입제한조치를 하게 되면 이것이 양국간 무역마찰로 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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