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에 일자리는 줄고 물가는 오르면서 서민생활이 더 팍팍해진 탓이다.
서울경제TV SEN이 개국 4주년을 맞이해 현대경제연구원과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행복감이 어떠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8.5%는 '나빠졌다'고 답한 반면 15.4%는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대폭 낮아졌다. 특히 은퇴한 고령자와 자영업자, 저소득, 저학력자 등 취약계층의 행복감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행복감이 가장 낮았다. 은퇴계층인 50대 이상 응답자 중 '금융위기 이전보다 행복하다'는 응답은 9.4%에 불과했다. 반면 '나빠졌다'는 38.6%, '변화가 없다'는 52%였다. 40대(29.7%), 30대(23.7%) 등과 비교해 '나빠졌다'는 비중이 훨씬 높다.
직업별로는 체감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가 '나빠졌다' 비중이 44%로 가장 높았다. 일자리 부족과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직자(35%)와 가정주부(33.3%)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행복감이 악화됐다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공무원의 경우 '좋아졌다'는 응답이 23.9%로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행복감은 더 빠르게 식었다. 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인 응답자의 50%는 덜 행복해졌다고 답변해 2명 중 1명이 부정적이었던 반면 소득 700만원 이상은 11.8%만 악화돼 10명 중 1명만 해당됐다. 또 중졸(40.9%)이나 고졸(38.0%)이 대졸(34.8%)이나 대학원 이상(31.0%)보다 행복지수가 더 많이 떨어졌다.
눈에 띄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주식시장이 횡보하면서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행복도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20억원 이상 자산가 중 40%는 글로벌 위기 이후 행복감이 나빠졌다고 답변, 1억원 미만(30.2%), 1억~5억원 미만(28.9%)보다 오히려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편 지역별로는 호남권의 행복지수가 비교적 더 떨어졌다. 광주ㆍ전라ㆍ제주 응답자의 32.6%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고 ▦대구ㆍ경북ㆍ강원 29.6% ▦서울 28.4% ▦대전ㆍ충청 28.2%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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