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세월호 희생자에게 배상할 책임 여부는 그를 보좌한 청해진해운 및 계열사 경영진의 진술에 달려 있다. 정부가 실종자 구조작업에 들인 막대한 비용을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청구할 것을 대비해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경영진 진술에 따라 유 전 회장과 청해진해운의 연결고리가 드러나야 가능하다.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운항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정황은 있지만 실제로 유 전 회장이 소유한 지분은 없다. 다만 두 아들이 아이원아이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청해진해운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만 명백하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의 배인 세월호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지배구조로는 입증할 수 없다.
비슷한 사례로 제기되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경우 이준 삼풍그룹 회장이 사고원인이 된 백화점 설계 변경을 직접 지시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삼풍백화점 법인과 별도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배상했다. 피해자는 1인당 2억~4억원을 배상받았다.
청해진해운의 대표이사가 아닌 지분만 가진 두 아들이나 지분조차 없는 유 전 회장은 배상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고의 원인이 운행상 과실, 화물 적재 위반, 설계 변경으로 인한 기체 결함 등으로 확정되고 이를 유 전 회장 일가가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민형사상 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최진녕 대변인은 "과거 세모 부도를 겪은 유 전 회장이 같은 사례가 나오더라도 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일부러 복잡한 지분구조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분구조로는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탓에 유 전 회장 측근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판사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는 청해진해운의 직접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청해진해운이나 계열사의 경영진 여러 명이 같은 진술을 하면 중요한 증거로 채택되고 한 사람이 양심선언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정부와 해운 관련 공공기관의 관리감독 책임 역시 드러나는 만큼 희생자 가족들이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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