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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하우스푸어에 대한 두 가지 시각


지난주 낯선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하우스푸어라고 밝힌 주부는 기자가 하루 전날 보도한 '하우스푸어 주택 캠코가 사주기로'라는 제하의 당정 구상안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이 계획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으며 또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실제 지원책이 만들어졌을 때 구제 대상의 범위 같은 것들이었다. 목소리는 시종일관 떨렸고 또 절박했다.

어쩌면 숨막히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정치권과 정부당국 간의 논의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듯했다.

여러 차례 "막막하다"는 말을 듣고 통화를 마친 후 기자는 잠깐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을 구제해야 하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하우스푸어 문제와 논의 중인 지원책을 들여다봤다. 솔직히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냐는, 똑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화를 나눴던 주부가 가장 궁금해 했던, '정부가 누구의 집을 사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상상되는 혼란과 후유증 만으로도 정치권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얼마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인지 분명해진다.

기대에 잔뜩 들떠 있던 하우스푸어 중 정부의 주택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가 "억울하다"며 길거리로 나선다면 이들의 분노를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범위를 좀 더 넓혀, 하우스푸어 말고 렌트푸어도 크게 늘었다는 마당에 하우스푸어를 세금으로 구제한다면 '집도 없는 빈곤층'의 박탈감은 또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국내에 하우스푸어를 가장으로 둔 가구가 100만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한 가구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어림잡아 400만명이 집값 하락과 담보대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는 가까운 친구와 후배, 지인들도 적지 않다. 하우스푸어의 소비력 위축이 내수 시장 침체를 가중시킨다는 우울한 해석이 아니어도 마음 한구석에서 그들에 대한 지원책이 나왔으면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은 보편 타당해야 한다. 특히 특정 그룹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시비거리가 없어야 정책을 펴기도 쉽고 그에 따른 효과도 좋다. 하우스푸어의 채무상환 부담을 덜어주되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그런 묘책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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