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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엄마! 이달에 적금타면 한우고기 먹는거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서울축산물 공판장에서 농협중앙회 직원들이 등급판정이 끝난 소고기 지육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엄마! 이달에 적금타면 한우고기 먹는거야? [리빙 앤 조이]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미국육류수출협회가 최근 몇몇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9,700만두의 육우를 기르고 있는 미국은 180만 두에 머물러 공급이 항상 달리는 한국 쇠고기시장의 개방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서울축산물 공판장에서 농협중앙회 직원들이 등급판정이 끝난 소고기 지육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관련기사 • FTA로 한우 값 내려갈까 • 맛있는 쇠고기 고르는 법 서울 시내 유명 고깃집의 꽃등심 1인분(110~150g) 가격은 3만7,000~5만5,000원. 어른 한 사람이 2인분을 먹어야 한 끼 식사가 된다고 치면 최소한 8만~15만원이 든다. 4인 가족이라고 가정하면 한 끼 식사로 지불해야 하는 액수는 최고 60만원선. 웬만한 샐러리맨 한 달 월급의 20%다. 한 가족이 한 달 월급 300만원을 모두 써서 등심구이 외식을 5번 했다고 치자. 이들은 한 달 90끼니중 85끼니를 굶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한우를 먹을 수 밖에 없을까. 한우 유통업자들에게 ‘왜 한우 값이 비싸냐’고 물었더니 이들은 ▦고급부위 쏠림 현상 ▦품질 고급화에 따른 생산원가 증가 ▦2004년 이후 공급부족 ▦한우 생육기간 연장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아울러 이들은 한우 유통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임에도 불구하고 한우 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데 동의했다. 심지어는 축산농가 조차도 한우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이 들 중 상당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오히려 한우 가격도 안정을 찾아 수요 층이 두터워질 수 있다”며 “FTA타결에 따른 수입개방이 부정적이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 만큼 국내 한우의 브랜드화ㆍ고급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수입산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는 “미국산 쇠고기 관세가 완전 철폐될 때까지는 아직 15년이라는 시간이 있고, 국내 쇠고기 시장이 받는 충격이 클 경우 언제든지 세이프 가드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우 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FTA타결로 언제쯤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을지’ 또‘수입산 쇠고기는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며 품질이 좋을지’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주 리빙 앤 조이는 ‘왜 한우 값이 이렇게 비싸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 FTA 체결 이후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던 한우 값이 정말 내려갈지, 내려 간다면 얼마나 내려갈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공급 부족"…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 지난 주말 강남에 위치한 한 유명 고깃집을 찾은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꽃등심 1인분(150g)에 4만7,000원이나 했다"며"맛은 있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 네티즌이 소개한 음식점은 매일 새벽 직거래로 공수해온 최고급 한우를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축협과 직거래를 하는 서울의 한 고깃집도 등심 1인분(120g)에 3만9,000원을 받는다. 마트 등 소매점의 경우도 한우고기가 비싸기는 마찬가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농협 하나로 클럽(양재점 기준)은 1등급 등심이 1㎏에 6만6,000원이고 1+등급이 7만4,000원, 최상급이 8만2,000원이다. 대형할인점의 경우 1등급 한우는 7만7,000~7만9,000원, 백화점은 9만~11만원 수준이다. 현재 호주산 등심 1㎏(냉장)이 4만9,000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1.5배 내지 2배가량 비싸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외식 때 먹는 등심 가격은 3월 기준으로 2005년에 비해 8.5%, 소매점에서 파는 소고기 생육은 9.8% 올랐다. 2005년 대비 올해 초 물가상승률이 4.1%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반면 수입산 소고기는 0.8% 증가에 그쳤다. 그렇다면 한우 고기는 왜 이렇게 값이 많이 오른 걸까? 전문가들이 꼽은 첫 번째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부족 이와 관련 한 정육도매업자는 "한우 고기 값이 비싼 이유는 수급문제 때문"이라며"한우는 곡물로 키우는데다 고기에 마블링(霜降:서리처럼 지방이 끼인 상태)이 잘 돼있어, 방목을 해 키운 호주나 뉴질랜드산 보다 맛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업자는 "FTA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광우병 얘기가 자꾸 언론에 나오니까 대형 식당ㆍ마트에서도 도리어 한우 수요가 늘어 한우 값 인상에 탄력이 붙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묵 영광목장 대표는 "소비자들은 소 한 마리를 잡으면 8~10%밖에 안 나오는 등심과 갈비를 가장 많이 찾고 있다"며"그러다 보니 판매 업자들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부위에 마진을 많이 붙여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등심과 갈비 등 특정 부위 값만 뛰고 있는 것이다. 농협 중앙회에서 한우 유통을 맡고 있는 김성호 차장은 "97년 IMF사태 이후 사육 두수가 감소하면서 한우 값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광우병 파동으로 2004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절대 물량이 감소하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육 두수는 증가했지만, 공급량은 수입금지조치 이전에 훨씬 못 미치는 데다 수요가 한우에 집중되면서 산지 소 값이 꾸준히 올랐다"며 "농협의 축산물시세 조사에서도 2000년 평균 330만원 하던 수소(600㎏)가 지난해는 425만원, 올해 3월에는 평균 473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 도매업자는 이와 관련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던 시절 한우 갈비집이라고 간판을 내 건 음식점중 실제로 한우고기를 사용하는 곳은 30% 정도였고, 나머지는 미국산을 썼다"며"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중단된 이후 갈비집 숫자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형 고깃집에서는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한다. 불고기브라더스를 운영하는 이재우 ㈜이티앤제우스 사장은 "고기만 봐 가지고는 그 고기가 수소인지, 암소인지, 아니면 젖소 고기인지 전문가인 나도 알 수가 없다"며"복수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우리로서는 일정한 품질과 물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이 받쳐주는 호주산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할지에 대해 "계약해 놓은 물량도 있으니 그걸 소진하면서 지켜 볼 것"이라며 "광우병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문제는 대중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한 도매업자도 "미국산이 들어오지 못하는 틈을 타 호주산 쇠고기가 큰 폭으로 올랐다"며"미국산이 수입되면 쇠고기 값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 하지만 국내 소매가가 상당폭 오른 상태에서 미국이 얼마나 싼 값으로 쇠고기를 공급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가격경쟁력과 안전성을 앞세운 광고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최근 몇몇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에서 '미국산 쇠고기 정말 푸짐하다'는 카피로 은근히 가격경쟁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광우병으로부터도 안전하다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육도매업자 K씨는 "미국산이 수입된다고 해도 한우는 일본의 화우(和牛) 처럼 특화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의 수입이 중단되기 전 시장 점유율이 70%였던 걸 감안하면 호주산은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광우병 파동 전 미국의 전세계 쇠고기 시장중 한국의 수입규모가 2~3위를 오르내렸다"며 "한국은 미국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9,700만두이고, 우리나라는 180만~200만두 정도"라며 "소는 생육 특성상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말로 꾸준히 쇠고기를 판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심각한 선호 부위 쏠림현상 신세계 백화점 신선식품담당 이종묵 부장은 "고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손질을 하다 보면 수율(지육 중 정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떨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우의 경우 지방 등 쓸모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얻는 정육의 비율은 75% 정도. 등심 1㎏을 도매로 구입해도 실로 판매가 가능한 양은 750g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도매가가 ㎏당 7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수율 75% 감안하면 등심 1㎏의 실질 도매가는 8만7,500원으로 봐야 한다"며 "결국 마진은 20%에 불과하고 재고수량 폐기처분 등을 고려하면 마진은 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들은 고급 부위의 양이 적은 한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품질개량에 나서고 있다. 보통 외국산 비육우의 사육기간은 18~20개월 안팎이지만 한우는 26개월에서 길게는 28개월 정도까지 사육을 한다. 사육기간이 길어지면 생산원가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종묵 부장은 "이럴 경우 사료비, 인건비 등 비용이 훨씬 많이 들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사육기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육기간을 늘릴 경우 지방 침착률이 높아져 '마블링'이라고 하는 지방 분포도가 좋아지지만 수율은 그 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자의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도 품질 향상에 따른 대가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비싼 사료 값도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중의 하나다. 현재 FTA 여파로 산지 소 값은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사료 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턱없이 비싼 송아지 값도 문제다. 소 값은 사육기간을 감안해 2년 전 송아지 시세가 영향을 미치므로 현재 생산되는 한우 고기 원가를 계산하려면 2004~2005년 가격을 따져봐야 한다. 이 부장은 "당시 송아지 한 마리 값이 약 300만원으로 지금보다 70만원이나 비쌌다"며 "도매가 500만원에서 2년간 필요한 사료 값과 송아지 값,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수익률이 결코 높지 않다"고 말했다. ■ 브랜드 한우도 값 올리는데 한 몫 유재춘 축산기업중앙회 서울시지회장은 "정부의 무분별한 브랜드 한우 육성 정책이 한우 값을 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육 위주의 브랜드화 정책으로 생산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가격만 올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브랜드 육성을 지원하되 서민층이 이용할 수 있는 중저가형 브랜드 한우를 키울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해야 한다"며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4/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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