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북아프리카 정정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곤두박질 치면서 증시 시가총액이 하루가 다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까지 확산되는 한달 보름여만에 100조원 가까운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이달 대규모 유럽 국채만기 도래,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당분간 증시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11.06포인트 하락한 1,928.24로 마감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도 1,080조원으로 줄었다. 올들어 최저치다. 이날 증시에서는 리비아 정정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와 원ㆍ달러 환율 등이 급등세를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주가에 부담을 줬다. 주식 시가총액은 튀니지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월14일(1,176조원)보다는 96조원이 줄었고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날인 1월24일(1,162조원)보다는 82조원이 감소했다. 중동ㆍ북아프리카 정치불안 여파로만 100조원 가까운 돈이 사라진 셈이다. 종목별로도 시총 상위 기업 대부분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총이 147조원에서 135조원으로 12조원이나 줄어든 것을 비롯해 포스코(1조5,000억원), 현대자동차(3조원), 현대중공업(6조원), 현대모비스(3조원), LG화학(1조5,000억원), 신한지주(3조원) 등 대형 종목들도 줄줄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현재 중동 사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가 또 다른 악재들이 앞으로 산적해 있는 상태기 때문에 시총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유럽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이달부터 집중적으로 도래하는 데다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한ㆍ미 연합훈련으로 인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마저 부각되는 상황이어서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증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880포인트 정도까진 주가가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가총액 감소 추세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도 “국내 경기모멘텀 개선 효과도 중동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증시에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동 악재와 더불어 이달 유로존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 이슈도 증시 반등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존 악재인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시총 하락세를 부채질 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기 대문에 5일부터 열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결과가 증시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동 지역 불안 등과 모멘텀ㆍ주도주ㆍ주도 세력 등의 부재로 코스피지수와 시총 규모 저점을 계속 낮추고 있다”며 “단기적으론 중국 전인대를 통해 중국의 인플레이션 차단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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