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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석 말고 있는 그대로 즐겨라

■ 뉴욕이 주목한 작가 김신일 '오브제, 시잉' 개인전<br>토머스 머튼 영문 시 인용 中 한나라 글자로 바꿔 새겨<br>문자·범주화 경계 넘어서 관객에 무한한 상상력 제공



현대미술의 중심부인 뉴욕의 3월은 특히 더 뜨겁다. 아모리쇼를 비롯해 줄줄이 열리는 아트페어(Art Fair)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미술애호가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들 아트페어 중 하나인 '볼타뉴욕(Volta NY)'은 유망한 작가들의 개인전 형식으로 꾸며져 '뜰 작가'를 미리 가늠하게 한다. 지난 3월 열린 올해의 볼타뉴욕에서는 한국 작가 김신일이 주목 받았다. 투명판을 눌러 만든 자국이 빛을 모아 '빛의 선'을 만들며 형태를 이루는 압인(押印)드로잉, 문자들을 중첩시켜 '읽기가 아닌 그냥 보기'를 유도하는 전각작업 등이 호평 받았고 4점이나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뉴욕에서 주목 받은 김신일 작가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5월6일까지 국내 개인전 '오브제, 시잉(Object, Seeing)'을 열고 있다. 전시장 1층에는 가로세로 2m의 사각도장 형태의 틀 내부에 글자를 새긴 작품 '절대적으로 봄(Absolute Seeing)'이 설치돼 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작품을 두고 관객은 무엇을 적었는지 읽을 수 없으며 다만 그 시각적 효과를 보고 즐길 따름이다. 실제로 적혀있는 문구는 가톨릭 영성지도자 토머스 머튼(1915~1968)의 영문 시(詩)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다'를 인용해 중국 고대 한(漢)나라 글자로 바꿔 새긴 것이다.

작가는 "언어나 문자가 생각을 가둔다"며 범주화(範疇化)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컵'이라고 하는 순간 '컵'의 한계를 갖게 되지만 언어에서 벗어나면 물질성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 미술의 기능은 범주화의 경계를 흩뜨려 그 영역을 넓혀주는 것."이라며 언어와 문자를 해체해 작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을 '아름다우나 불친절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글자를 읽기 좋게한자씩 나열해 적는 게 아니라 문자를 해체한 다음 한번에 여러 글자를 제시하는 '도장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난해하다. 그러나 이것이 작가의 의도다. 어떤 것을 표현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대적 대상'을 염두에 두고 관람하는 것은 '읽는 행위'일 뿐이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대상 그 자체를 보게'(Seeing)하는 것이다. 감상자는 어떤 내용의 글인지 추론해 볼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보이는 것 그 자체를 만끽할 수도, 혹은 다른 내용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언어나 문자를 초월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그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서울대 조소과,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를 졸업한 김신일은 13년째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2008년과 올해 뉴욕스테이트카운실 기금을 받을 정도로 유망한 작가이며 뉴욕 퀸스뮤지엄과 뉴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지난해에는 김종영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이 열렸다. (02)72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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