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후에만 미국의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를 비롯해 3건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새 먹거리로 점찍은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차 개발에 연구개발(R&D) 비용의 40%가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총 R&D 투자비가 약 3조90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 이상이 친환경차 개발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주력산업 대부분이 성장한계에 부딪히면서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지금의 먹거리를 대체할 신사업을 찾는 사업변신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20대 대기업(공기업·금융 제외)의 매출은 373조7,0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7조7,314억원)에 비해 1% 줄어들었고 영업이익(26조5,319억원)은 전년 동기(33조9,326억원)보다 21.8%나 급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중국의 추격, 환율 리스크 등 악재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 이대로는 성장회복은 물론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오는 것도 주력산업과 우량기업이 뒤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이 성장한계에 직면한 SK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빅데이터, 모바일 상거래, IoT 등의 사업 강화에 나서고 LG가 에너지 솔루션과 친환경자동차 부품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제는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대대적인 공세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강화 속에 단기간에 이를 극복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장은 이와 관련해 "단기 실적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5~10년 뒤를 내다보고 선도적인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정부도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 및 육성에 다각적인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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