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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빙자간음죄 위헌"… 7년만에 뒤집혀

헌재 "여성 스스로가 성적 자기결정권 부인"<br>"정신적 충격 입었다면 손배청구 가능" 지적도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임모씨가 형법 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사생활의 비밀과 성(性)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02년 같은 사건을 합헌으로 판단한 기존 결정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으로서 성이 개방되고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시대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의 결정은 과거 사건으로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조항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구제받을 수 있다. ◇'여성의 성적 결정권' 침해=현행 형법 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는 '혼인을 빙자해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라는 문구가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을 '음행의 상습 있는 부녀'로 낙인 찍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여성에게 고전적 정조관념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사실상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또 "우리 형법은 혼전 성관계를 처벌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성을 유혹하는 행위 역시 처벌해서는 안 된다"며 "혼인을 하기 전에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후 나중에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행위는 여성 스스로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불 속 문제에 국가 간섭 안 돼"=헌재는 남녀 간의 성관계에 국가가 간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성적인 문제에 대해 점차 관대해지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볼 때 남성에게 속아 성관계를 맺은 여성을 국가가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거의 없다"며 "개개인의 행위가 도덕률에 반하더라도 사회적 유해성이 크지 않은 경우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성과 관련된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실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일본ㆍ독일ㆍ프랑스 등 선진국에는 혼인빙자간음죄와 유사한 처벌 규정이 아예 없다. 헌재는 "과거에 비해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사실상 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오히려 여성이 위자료 등을 목적으로 남성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강국·조대현·송두환 재판관은 "여성을 속이는 행위는 사생활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며 "남자의 거짓된 행위를 여성이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혼인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여성을 속인 행위를 정당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채근직 변호사는 "혼인을 빙자한 행위로 여성이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면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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