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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1월17일] 음악으로 경제위기를 넘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정치니 경제니 하는 이야기에 잘 몰입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우리 경제가 너무나 어렵다는 이야기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와도 ‘우리야 그저 늘 추웠지 언제 한번 좋은 적이 있었나’하고 넘길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심상치 않아 보인다. IMF 때보다 더하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2차 세계대전 때보다 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ㆍ유럽ㆍ중국ㆍ일본까지 전세계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사실 경제가 나빠지면 그 여파는 음악계에도 당연히 미친다. 그냥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대중문화는 감기가 들고 클래식 음악계는 독감에 걸려 앓아 누울 지경이 된다. 벌써부터 올해 예정된 공연들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이제는 아예 공연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는 아예 티켓을 판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이 판국에 어느 기업이 먹고 사는 데 도움도 되지 않는 음악회를 후원하겠느냐는 비관론도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때에 음악하는 사람들은 추운 북극의 칠흑 같은 바다 한 가운데에서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음악을 연주했던 음악인들을 한번 기억해봄 직하다. 영화 타이타닉은 불행하게도 처녀 항해에서 최상류층 인사들의 생명과 재산을 싣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운명의 배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감동을 더했던 것은 이 영화가 보물을 쫓아다니다가 결국 성공해 일확천금을 얻고 벼락부자가 된 탐험 스토리를 다룬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배 안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특히 최후까지 티끌만큼의 훼손도 용납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역시 두 젊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그 사랑 못지않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마침내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고 배 안이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한 후 사람들은 서로 먼저 탈출을 하려고 밀치고 당기고 밟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이때 몇명의 음악인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연주를 시작한다. 이를 듣고 본 사람들도 이성을 되찾아 침착하게 배에서 탈출한다. 이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 불이 난 공연장에서의 탈출 등 수많은 버전으로 우리의 귀에 익숙한 실화와 우화가 됐다. 올해를 맞는 우리 심경은 마치 탈출조차 할 수 없는 난파선에서 두손 놓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바라보는 듯한 무기력과 허탈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런 때일수록 음악인들이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 때 우리까지 넋을 놓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난파당한 타이타닉호처럼 아비규환을 방불케 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음악이 없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는 대신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과 도박, 나 혼자 살겠다는 시비와 싸움과 아우성, 살길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명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민생활 주변에서도 음악회가 계속 열려야 하고 산업현장에 가서도 노래로 힘을 넣어줘야 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 우리는 옛날부터 인생의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지혜로움과 슬기를 지닌 민족이다. 죽음의 공포도 음악으로 넘었는데 올해 하반기면 물러간다고 하는 이깟 경제적 어려움 따위야 힘찬 가곡 몇곡 듣다 보면 저절로 물러갈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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