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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거래세 피하려다 세금폭탄… 주식에도 확대 가능성

■ 파생금융상품 자본이득세 추진<br>거래량 세계 1위·투기장 우려에<br>세수확충 목소리 겹쳐 과세 압박<br>증권제도 전반 대수술 불가피


지난 수개월간 정부 안팎에는 증권거래소가 본사 소재지인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을 분주히 만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부가 주식 선물ㆍ옵션과 같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거래세(세율 0.001%)'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증권업계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었다. 약발이 먹힌 것일까. 정부안은 결국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증권업계는 '여우굴'을 피해 '호랑이굴'에 들어간 셈이 됐다. 여야가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대신 '자본이득세' 도입을 추진하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이나 옵션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생긴 이득에 대해 소득세를 매긴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소득세는 이익이 클수록 더 높은 세율을 매기는 누진세율을 따르므로 이익에 관계없이 매매 건당 정률의 세율을 매기는 거래세보다 더 파급효과가 크다.

더욱이 이는 증권제도 전반의 대수술을 예고한다. 파생상품에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면 현재 거래세를 매기고 있는 일반 주식 등의 매매에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자본이득세를 과세할 수밖에 없다. 업계로서는 파생금융상품 거래세를 피하려다 되레 고율의 세금 폭탄을 자초한 소탐대실이 될 판이다.

사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가 시도됐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4년에도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물론 당시에는 아직 초기인 파생금융상품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에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한 조세 당국자는 "우리나라의 연간 파생상품 거래량은 전세계 1위로 성장했다. 이제는 오히려 파생금융상품의 투기 과열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 거래량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28억6,727만여건에서 39억2,795억여건으로 약 37%나 증가했다.



경기불황과 복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세수 확충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파생금융상품 과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료는 "차기 정권을 누가 잡든 증세를 통한 재정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소득세나 법인세는 이미 부자 증세가 추진된 만큼 투기가 늘고 있는 파생금융상품시장도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채은동 박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정부안대로 선물ㆍ옵션에 0.001%의 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내년 세수 증가분은 1,049억원으로 추정됐다. 만약 선물에는 0.001%, 옵션에는 0.03%의 세율을 부과하면 내년 세수는 2,034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거래세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자본이득세가 부과된다면 세수효과는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당초 정부나 여야가 고려했던 모델은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도입→자본이득세로 전환'을 실현한 일본이었다. 하지만 이미 거래세를 도입한 대만의 사례처럼 한번 거래세제를 도입하면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일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자본이득세 도입을 추진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정부도 오는 2016년부터나 거래세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었으니 기왕 3년 기다렸다 시행할 것이라면 차라리 준비를 착실히 해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게 선진국의 정책 추세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파생상품과 유가증권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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