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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사군자 墨香에 취하다

간송미술관 봄 정기전, 15~29일 '사군자대전'<br>이정·심사정·김정희 등 거장 작품 100여점 선봬

심사정 '매월만정(梅月滿庭)'

이정 '풍죽'

김정희 ‘산상난화(山上蘭花)’

유교 문화권에서는 당면한 위기속에서 절개를 지키는 사람을 군자(君子)라 했고, 척박함 속에서 곧은 생명력을 보이는 매화(梅),난초(蘭),국화(菊),대나무(竹)를 이에 빗대 사군자(四君子)라 했다. 군자의 기상을 대변하는 소재로 사랑 받은 사군자는 고려 이후 우리나라에 등장해 조선에 이르러 문인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조선왕조 500년사를 통틀어 묵죽(墨竹)의 최고는 탄은(灘隱) 이정(李霆)이었다. 세종대왕의 현손(玄孫)인 문인화가였다. 새 순이 나기 시작하는 순죽(筍竹), 촉촉히 비를 맞은 대나무(雨竹), 바삭하게 마른 대나무(枯竹)는 그의 손끝에서 역동적인 기세를 뽐냈다. 그 중 백미는 바람에 맞선 대나무 4그루를 그린 풍죽(風竹). 뒤쪽 세 그루는 담묵으로 희미한 그림자처럼 그린데 반해 앞쪽 한그루는 농묵으로 뚜렷하고 굳세게 표현됐다. 묵매(墨梅)의 으뜸은 설곡(雪谷) 어몽룡(魚夢龍)이다. 가지는 담묵(淡墨)으로 정갈하게, 꽃은 윤곽선 없는 몰골법으로 큰 점을 찍듯, 화심(花心)은 농묵으로 간결하게 처리한 것이 어몽룡 묵매화의 전형이다. 그는 "매화의 절개를 강인하고 청신(淸新)하게 표현했다"는 당대의 평가를 받았다.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이정의 '풍죽'과 어몽룡의 '월매'가 등장하는 것도 이처럼 고매한 가치를 오늘날 공유하기를 바란 까닭이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5~29일 봄 정기전으로 '사군자대전(四君子大展)'을 마련해 사군자 거장들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1966년 개관한 간송미술관은 1971년 가을부터 매년 봄ㆍ가을 2주씩 전시를 열고 있는데 이번에 80회를 맞았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사군자 작품 중 각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엄선해 미술관의 정신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며 "잦은 전란으로 조선 전기 사군자 그림은 거의 전해지는 게 없어 아쉽지만 임진왜란 이후 사군자는 총망라됐다"고 말했다.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은 매난국죽 모두에 능했다. 출품작 가운데 국화를 그린 '오상고절'이 눈에 띈다. 현존하는 국화그림 중에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번짐이 많은 습윤한 필치와 몰골 기법으로 국화와 바위를 묘사했다. 사군자는 학식과 교양을 갖춘 문인이 취미로 그린다고 해 여기(餘技)라 불렸지만 화원이자 풍속화가로 유명한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는 사군자에도 능했다. 정조의 신임을 받은 단원은 스스로 문사(文士) 못지않은 자부심이 있었고 이를 화폭에 옮겼다. 기품있는 백매(白梅)와 이슬 머금은 대나무 그림은 직업화가인 그의 출신 덕분에 회화성이 뛰어나다. 묵란(墨蘭)으로는 난초의 본질을 꿰뚫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를 빼놓을 수 없다. 추사의 영향은 흥선대원군인 석파(石坡) 이하응(李昰應)과 을미사변 이후 이국 땅을 떠돌아야 했던 운미(芸楣) 민영익(閔泳翊)으로 이어졌다. 항일운동가 일주(一州) 김진우(金振宇)의 난과 댓잎은 창칼처럼 뾰족해 분노의 정신을 암시한다. (02)762-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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