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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총선 복지 公約, 차라리 空約이 됐으면

대선까지 복지경쟁 이어지면 나라살림 재앙으로 치달아<br>지속 가능하지 않은 공약 집착은 무책임 넘어 오만·독선일 뿐


"복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기를 바랄 뿐이죠. 언론이 그리스 꼴짝 난다고 아무리 경고해도 쇠 귀에 경 읽긴데요 뭐. 이러다가는 10년, 20년 뒤 해외에서 한국을 봐라고 하지 않을까요."

4ㆍ11 총선을 며칠 앞두고 만난 과천 경제부처의 한 고위간부는 이런 자조 섞인 푸념을 토해냈다. 유난했던 19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만큼 복지 포퓰리즘이 난무한 선거 판이 또 있을까. 퍼주기의 강도는 달라도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나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어차피 원조는 옛 민주노동당이 아닌가. 그런데도 양당이 서로 베끼기를 했느니 원조는 우리네라며 민망한 비방 전까지 펼쳤으니 딱한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 후 100일 이내에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고 민주당은 부자 증세로 복지 재원부터 마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복지 수요는 한번 길을 터면 뒤로 물릴 수도 없고 봇물처럼 쏟아지게 마련이다. 결국 복지 문제는 재원 배분의 우선 순위와 효율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중동처럼 석유라도 왕창 쏟아지면 모를까 재원은 어차피 한정돼 있다. 우리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잠재 성장률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으니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까 싶다.

정부는 논란 끝에 복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 소요액을 공개했다. 지금보다 연간 54조원, 5년간 268조원이 더 든다는 추정이다. 당장 다음해부터 복지 예산의 57.9%를 증액해야 맞출 수 있는 돈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제시한 연간 15조원, 32조원과 큰 차이가 있지만 정치권의 추계가 재정 부담을 의식해 과소 평가한 측면이 있고 정책을 펴다 보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는 경험에 비춰보면 정부의 추계가 좀 더 현실적이다. 복지예산이 갑자기 늘어난다면 국방과 교육 등 다른 씀씀이를 줄이든가 아니면 추가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예산 줄이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증세나 국채 발행이나 현재와 미래의 시점 차이뿐이지 국민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복지 예산은 저출산 고령화로 안 그래도 구조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공약이 미래 수요에 대비한 착실한 준비책이라면 또 모른다. 어차피 들일 비용이니 미리 당겨쓴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반값 등록금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앞으로 오는 2020년까지 대졸자는 필요한 일자리보다 매년 5만명가량 많지만 고졸자는 반대로 매년 3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비싼 등록금으로 대학을 마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판국에 반값 등록금 강행은 대졸 백수의 양산과 가계 파산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성장을 외면한 복지는 재정 파탄과 국민 삶의 하향 평준화로 몰고 갈 위험성이 높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복지는 구호로서 끝내자. 공약을 수정하는 것도 용기다. 시급성과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복지 공약까지 집착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오만과 독선일 따름이다.

총선을 마친 정치권은 곧 대선 체제에 돌입할 것이다. 지난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무상급식론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총선을 치르면서 격화된 복지 공약 경쟁은 대선까지 연결될 공산이 크다. 그것은 미래의 재앙을 부르는 전주곡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공짜와 반값이 아니면 이제 유권자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더 큰 복지를 외쳐야 할 판이나 대권주자가 어디 나라살림을 마냥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이도저도 아니니 딱한 노릇일 게다. 반대로 복지 공약은 이쯤 됐으니 이제 성장을 말하겠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퍼주기 복지를 경쟁하던 이들이 돌연 입장을 바꿔 성장을 외친다면 미더울 턱이 없다. 총선 복지 공약은 대선가도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을 한 해에 치르는 정치권은 이러나 저러나 복지 공약의 함정을 스스로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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