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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으로 연극·뮤지컬 미리 만난다"… 리딩공연 은근한 매력

정식 공연전 대사·노래 만으로 미리 반응 살피는 이색무대

"상업무대에선 만나기 힘든 실험작 풍성" 관객 관심 높아져

뮤지컬 ''명랑경성'' 공연 장면. /사진제공=CJ문화재단·두산아트센터

뮤지컬 ''미제리꼬르디아'' 리딩공연 장면. /사진제공=CJ문화재단·두산아트센터

#무대를 뛰놀며 노래와 연기, 춤을 선보여야 할 뮤지컬 배우들은 일렬로 늘어선 의자에 다소곳이 앉았다. 화려한 세트도, 멋진 안무도 없다. 배우는 보면대 위에 놓인 대본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대사를 읊고 노래를 한다. 누군가에겐 완성 덜 된 공연처럼 보이지만, 관객은 배우의 대사와 노랫말에 집중하며 저마다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 나간다.

이 독특한 행사의 정체는 바로 뮤지컬 리딩 공연.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 아지트에서 열린 뮤지컬 '명랑 경성'의 리딩 공연 현장은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관객이 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1930년대 경성, 일본이 식민지 현실을 잊게 하려고 조선인에게 웃음을 강요하는 '웃음 검열'에 나선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참신한 발상으로 CJ 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부문에 선정돼 관객과 만나게 됐다.

'명랑 경성'처럼 정식 공연 전 작품을 점검하고 관객의 피드백을 살피는 리딩 공연이 마니아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리딩'은 주로 연극·뮤지컬에서 배우와 관계자만 참여한 채 진행하던 제작 과정의 일부지만, 최근엔 창작 작품을 대중에 소개하거나 정식 공연 전 작품을 알리는 홍보 수단의 하나로 진행되곤 한다. 상업 무대 시장에선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실험적인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는 2011년부터 창작 뮤지컬·연극을 리딩 공연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의 경우 세트와 안무만 없을 뿐,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작품의 특성을 반영한 의상·조명이 더해져 상당한 완성도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균', '풍월주', '비스티 보이즈', '더 넥스트 페이지' 등이 리딩 공연에서의 관객 호평에 힘입어 정식공연으로 만들어졌다.

두산아트센터가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창작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두산아트랩'에서도 리딩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두산아트랩은 만 40세 이하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무대 기술과 부대 장비·연습실·제작비를 지원하며 리딩과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로 창작 작품을 소개한다.



올해 뮤지컬 '미제리 꼬르디아'와 연극 '여자는 울지 않는다'가 리딩 공연으로 관객을 만났고, 올 하반기에도 지원 작품 중 일부를 같은 방식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리딩 공연은 신진 창작자에게 작품의 완성도를 점검하고 시장성을 가늠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본과 콘티 위에 정리됐던 작품이 최대한 공연과 가깝게 진행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상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관객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리딩의 큰 매력이다. 김모란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담당자는 "공연 후 관객은 작품의 장단점을 묻는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창작자들은 이 피드백을 반영해 작품을 수정·보완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아트랩은 공연 후 관객 대상 도네이션 박스(성금함)도 운영, 모인 성금을 해당 작품 개발에 쓰고 있다.

CJ와 두산의 리딩공연은 모두 무료(선착순 관람 신청)로 관객의 반응도 뜨겁다. 강소라 두산아트센터 매니저는 "다양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관객은 물론 공연 업계 관계자들도 관심이 많다"며 "일반 관객의 경우 본인이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는 즐거움, 정식 공연 전 먼저 작품을 접한다는 특별한 경험 때문에 리딩 공연을 즐겨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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