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상장기업이 매년 의무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실적보고서 '10-K'의 평균 분량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찾아 활용하는 투자자는 극소수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3년 나온 10-K는 평균 4만1,911단어로 구성됐는데 이는 2000년의 약 3만단어보다 1만단어 이상 늘어난 것이다. WSJ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기업 실적보고서가 곧 4만8,884단어로 이뤄진 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보다 더 두꺼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WSJ는 미국 규제당국의 기업투명성에 대한 집착이 활용도가 떨어지는 실적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신문에 따르면 공개제도 조건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출하는 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10-K 제도에 대한 기업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제프리 번스타인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3년 GE의 10-K는 10만단어를 넘겼다"며 "지구상의 어떤 투자자도 이렇게 긴 보고서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GE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500만명이 넘지만 2013년 GE의 10-K를 회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사람은 8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무공개 사항을 줄이면 중요한 정보가 감춰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지프 아마토 노이버거베르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전체 주식의 3분의2 정도를 가진 기관투자가들은 늘 기업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며 "의무공개 사항이 줄어들 경우 기업은 자사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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