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바로 움직여서 해보는 타입이에요. 그렇게 하나 얻어걸린 게 만화고, 또 하나 걸린 게 방송일 수 있죠. 중간에 그만둔 일도 많아서 어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끈기가 없냐고도 하죠. 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15일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만난 김풍(본명 김정환·37·사진) 작가의 말이다. 그는 요즘 웹툰 작가라는 본업만큼이나 요리도 잘하고 입담도 좋은 방송인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요리하는 만화가라는 자신의 독특한 경력을 내세워 '맛있는 만화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부천을 찾았다.
방송에서 보던 경쾌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제 인상은 차분하고 진중하다는 쪽에 가까웠다. 스스로도 "살짝 내성적이고 생각도 좀 많은 편"이라고 했다. "방송할 때는 저 자신도 하나의 만화 속 캐릭터로 잡고 그 분위기를 맞추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작진과 얘기도 많이 해서 내가 이 방송에서 어떻게 쓰여야 할까, 여기서 내 역할을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죠."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훈련'이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하게 되는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는 말에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라고 반박하자 그는 '훈련'을 말했다.
"제가 다른 점이 있다면 행동력인 것 같아요. 다이어트를 결심한 후 곧장 일어나서 뛸 수 있지만, 많이들 안 뛰시죠. 저는 뛰는 사람이에요. 생각하는 것을 바로 움직여야지 라고 생각해 내 몸을 그렇게 훈련을 시켜왔어요."
웹툰 창작과 방송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질문에도 "에너지 전환이 어려워 힘든 순간들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훈련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 같아 해보고 있다"고 했다.
이쯤 되니 그가 말하는 '훈련'이 바로 도전하는 것, 그리고 실패에 익숙해지는 것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실제 그의 현재는 빛나지만, 지금까지 모든 과정에 성공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수해서 대학에 갔고 웹툰 초창기 '폐인가족'이라는 만화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별다른 작품을 내지 못해 백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실수 혹은 패배에 대한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동시대를 비슷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응원을 받는 걸지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실패를 하잖아요. 누군가는 '루저'라 비하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꼭 필요한 감정인 것 같아요. 나는 잘못 없어, 항상 성공해 왔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제 경험상 위선자가 많았어요. 중요한 건 실패를 인정하는 일 같아요. 자신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제대로 바라봐야죠. 그러고 나서야 진짜 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제공=부천국제만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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