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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등대, 남북경협을 다시 본다] 조영서 전 총사장 인터뷰

남북 첫 합영기업 평화자동차의 교훈

전후방 파급효과 큰 車산업 진출

내수시장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

"평양의 관문 남포를 요충지 삼아

실생활 밀접한 경공업 진출해야"


"남북한 최초의 합영기업인 평화자동차총회사의 최대 성과는 평양의 관문인 남포에 진출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남북경협도 남포를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영서(사진) 전 평화자동차총회사 총사장은 "남포항은 5만톤급 선박이 접안 가능한데다 남포-평양 왕복 10차선 고속도로가 연결되는 등 입지여건이 뛰어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포는 인천항에서 쾌속선으로 세 시간 거리에 있어 한국과도 인접한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는 처음으로 지난 2008년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약 2년간 북한에 체류하면서 평화자동차총회사의 총사장직을 맡았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총사장은 한국에서는 그룹 회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북한이 한국인에게 경영 전반을 일임한 것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북한 평화자동차총회사는 통일교재단에서 세운 남한 ㈜평화자동차와 북한 조선민흥총회사가 7대3의 비율로 출자한 남북 최초의 합영기업이었으나 2013년 ㈜평화자동차가 모든 투자지분을 조선민흥총회사에 무상양도하면서 소유권이 완전히 북한으로 넘어갔다.

그는 평화자동차의 지분이 정리되면서 남한과의 연결고리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북한에서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다는 점, 북한의 내수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은 평화자동차의 긍정적 성과"라고 꼽았다. 또 한국인인 자신에게 총사장직을 맡기고 인사권이나 재정권 등을 모두 행사해 실질적인 직접 경영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2002년 첫 승용차 '휘파람' 판매를 시작한 후 2003년 12월 북한 최초로 평양시내에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상업광고판을 설치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조 전 총사장은 전했다.

북한 평화자동차는 이탈리아 피아트의 소형 세단 '씨에나(배기량 1,580㏄)'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휘파람'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생산차량으로는 휘파람(Ⅰ~Ⅲ), 뻐꾸기(Ⅰ~4WD), 준마, 삼천리 등 9종이지만 현재 생산 중인 모델은 모두 4종으로 휘파람Ⅲ(승용차), 뻐꾸기Ⅲ·4WD(스포츠유틸리티차량), 삼천리(미니버스) 등이다. 모두 외국의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그는 "북한에서 국가기관들과 국영기업들, 외국 공관은 물론 개인들 사이에서도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평화자동차의 성장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화자동차 개인고객들 중에는 당 및 군 고위간부는 물론이고 신흥 부자들도 꽤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자동차의 연간 생산량은 2002년 137대에 불과했으나 2007년 302대, 조 전 총사장 재임 시절을 거치며 2008년 632대, 2009년 1,425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2009년 5월 평화자동차 이익금 50만달러가 처음으로 국내에 입금되기도 했다. 또 2010년 8월, 2011년 7월에도 각각 63만달러, 73만달러의 이익금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러나 평화자동차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부족했던 점 등은 추후 남북경협 사업에서 보완할 부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5·24조치로 중단된 민간 차원의 남북경협이 재개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경협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음에도 부품회사를 육성하지 못한 점, 또 자동차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 등도 지적했다. 조 전 총사장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에서 엔지니어 및 연구소 제품기획 등을 맡은 자동차 전문가였지만 나머지 현지 북한 인력들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이런 점들을 교훈 삼아 추후 남북경협 추진시 남포 지역에 경공업 관련 기업들이 진출할 것을 조언했다.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물론 남한에서도 판매하고 해외로도 수출하자는 것이다. 특히 경공업은 북한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진출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 전 총사장은 "남포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제품들이 북한 최고 간부들이 거주하는 바로 옆 평양에서 판매될 경우 자연스럽게 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총사장은 평화자동차에서의 근무를 마친 후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초빙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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