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왜 변심(變心)을 했을까. 박 대통령이 장관들의 대면보고 대신 서면보고나 전화통화를 선호하고 이것이 불통 이미지로 비쳐지면서 국민들에게 '근심을 안겨드렸다'는 지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티타임 아이디어도 박 대통령이 직접 냈다.
박 대통령은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마음에 걸린 듯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오늘 (브리핑) 잘 하셨어요?"라고 물었고 최 경제부총리는 "고소득층한테 더 걷어서 저소득층에 돌려주려 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드렸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주문했다.
금연도 주요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최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이 새해부터 담배를 끊었다는 얘기를 듣고 "새해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다.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면 된다고 한다"면서 "나 끊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많이 내면 차마 피울 수가 없다. 그것도 방법이라고 그러더라. 얼마나 눈물겨운 얘기인가"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제가 점검을 하겠다"며 군기반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금단현상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적폐에 대해 지적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적폐를 해소한다고 노력하는데 처음에 옷에 때가 묻었을 때는 금세 지워지는데 이게 절어서 비누로 빨고 노력을 해도 옷이 헤질지언정 때가 잘 안 빠진다"며 "우리가 적폐를 해소한다 하는 것도 너무 오랫동안 덕지덕지 쌓이고 뿌리가 깊이 박혀버려서 힘들지만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 자체가 금단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도 오래 하다 보면 편하니까 빠져드는데 그러다가는 사회가 썩는다"며 "그러면 개혁을 하려 해도 저항도 나오고 여태까지 편했던 것을 왜 귀찮게 하느냐, 난리가 나는 그런 게 금단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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