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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애니메이션이 대거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 개봉에 훨씬 앞서 제과·스낵·의류·문구 등 여러 업체와 협업을 진행, 각종 캐릭터 상품을 내놓으며 유통업계까지 달구고 있다. TV·만화·게임·완구 등 여러 매체를 종횡무진하며 인기를 쌓아온 캐릭터들이 영화·애니메이션 등 신규 콘텐츠의 흥행까지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16일 개봉한 영화 '픽셀(Pixels)'. 낯선 제목이지만 포스터를 보는 순간 대다수 20~30대는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을 것 같다. 지구의 평화 메시지를 오해한 외계인들이 고전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타나 지구를 침공한다는 내용의 영화에는 '팩맨', '갤러그', '테트리스', '동킹콩' 등 유년시절 전자오락실에서 만났던 친숙한 얼굴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과 싸우기 위해 30년 전 동전 몇 개로 수천 번이나 세상을 구했던(?) 게임 고수 3인방이 뭉친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역시 귀여운 캐릭터들의 무자비한 액션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정체불명의 언어를 종알거리며 좌충우돌 뛰어다니는 노란색 외계 생명체 '미니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도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시리즈 '슈퍼배드'에서 치명적인 귀여움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캐릭터 미니언은 당초 조연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악당 '그루'와 그의 딸 '마고' 등 주인공들보다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미니언의 높은 인기는 다채로운 캐릭터 상품의 제작·판매로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인형·완구 등은 기본이고, 현재도 과즙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 '카카오빵'으로 유명한 삼립식품, 문구 브랜드 'BIC'가 미니언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을 판매 중이다. 영화 관계자는 "미니언 마니아들이 많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일부 상품의 경우 캐릭터 사용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개봉하는 '미니언즈'는 최고의 악당을 찾아 나선 미니언 케빈, 스튜어트, 밥이 여성 슈퍼 악당 스칼렛을 만나며 펼치는 모험담을 그린다. 10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는 첫주 주말에만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256억원)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핀란드 여성작가 토베 얀손이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 트롤에서 착안한 캐릭터 '무민' 또한 8월 극장가를 찾는다. 총 9편의 어린이 동화와 그림책에 바탕을 두고 있는 '무민'은 영국에서 연재된 신문 만화와 일본·폴란드 등에서 제작된 TV애니메이션 시리즈가 히트치며 세계적 캐릭터로 거듭났다. 올해 탄생 70주년을 맞이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 와서야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인기의 시작이 흥행 콘텐츠가 아니라 인형 등 캐릭터 상품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독특하다. 실제 지난해 말 던킨도너츠에서 도넛이나 케이크를 살 경우 무민 인형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롯데백화점 또한 서울 소공동 본점에 2주일간 무민의 임시 매장을 냈다가 반응이 좋자 지난달 말 서울 잠실점에 정식매장을 열었다.
8월 13일 개봉하는 '무민 : 더 무비'는 2014년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1955년 발표된 원작 '무민, 리비에라 해변을 가다'를 바탕으로 한다. 추운 겨울이 이어지는 핀란드의 무민 골짜기를 벗어나 따뜻한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무민 가족의 에피소드를 그린다.
그 밖에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포켓몬스터(포켓몬레인저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와 완구·캐릭터 시장의 강자 '요괴워치(극장판 요괴워치:탄생의 비밀이다냥!)'도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99년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까지 선정한 캐릭터 '피카츄'를 만날 수 있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일본에서는 누적 관객이 7,0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요괴워치의 경우 지난해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TV시리즈가 방영된 후 완구 상품이 입고되자마자 품절이 되고 웃돈까지 얹어 거래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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