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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 파장/협력업체·금융기관·자동차산업
입력1997-08-15 00:00:00
수정
1997.08.15 00:00:00
정승량 기자
◎협력업체/자금난속 최종부도 막기 안간힘기아협력업체 사장들은 지난 한달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15일 기아그룹부도유예협약적용이후 어음할인이 되지않아 가장 큰 고통을 받았다. 최근들어서는 그동안 현금 결제를 받아온 수출환어음조차 은행권에서 매입을 꺼려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낸 기아협력사는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를 포함해 서울차체 등 12개사에 이르고 있다.
1차부도를 내고 간신히 부도를 면한 업체까지 치면 그 수는 배에 이른다.
기아협력회회장인 남양공업 홍성종 사장도 1차부도를 냈지만 간신히 최종부도는 막았다. 홍사장은 『더이상 버틸여력이 없다.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넘기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협력업체 지원은 생색내기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얘기다. 이에따라 기아협력사들의 움직임도 조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아자동차 협력사들의 모임만으로는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기아협력회는 기아그룹 계열 협력사들과 연대해 「기아협력회 연합」(가칭)을 구성해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했다.
기아와 아시아협력회, 기아설비협력회 등이 주축이 돼 협력회연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의도에서 가질 계획이다. 기아협력사들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지원을 촉구한다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측의 설명이다.<이훈 기자>
◎금융기관/부실여신에 외자조달난 이중고
금융기관들은 기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부실여신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편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외화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대내외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들어 은행권의 부실여신규모는 한보 3조4천7백67억원, 진로 1조2천22억원, 대농 6천23억원, 기아 5조3천8백45억원 등 4개사만 해도 10조원을 넘고 여기에 부도난 삼미 한신공영 삼립식품 등의 여신을 합할 경우 12조원을 넘는다.
특히 올 상반기 가결산 결과 일부 은행의 경우 적자액이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어 진로 기아등의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규정대로 쌓을 경우 연말에는 적자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기업들의 기업어음(CP)을 주로 할인해 오던 종금사들도 이번 부도파문으로 인해 심각한 부실위험에 처했다. 기아그룹에 대한 여신액만해도 4조원으로 30개 종금사 전체의 자기자본(3조9천억원)을 상회하고 있고 한보 진로 대농 등을 포함할 경우 부실채권은 10조원을 육박한다. 특히 일부 종금사의 경우 부실채권이 자기자본의 수십배에 달해 회생불능 상태다.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커지자 무디스사등 주요 외국신용평가기관들은 기아사태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용 재평가작업에 착수했다.
일부 부실이 많은 은행들의 경우 평가등급이 BBB마이너스에서 BB로 2등급이상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돼 해외장기채권 발행 등 해외자금조달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이형주 기자>
◎자동차산업/해외신인도추락 경쟁력도 흔들
기아사태는 세계 14위의 기아자동차는 물론 세계 5위 생산국인 국내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뒤흔들고 있다.
한국차에 대한 해외신용도와 이미지가 급락하고 있고 판매조건을 완화하면서 수지악화로 중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도 주춤거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아직 구체화되고 있지 않지만 복수부품업체가 하나라도 무너지면 자동차산업 전체가 서버리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무너지는 판매조건=기아자동차가 지난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29.9%의 파격적인 할인판매로 10만대가 넘는 계약고를 기록했으나 현대와 대우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재고가 넘치는 마당에 이를 방치할 경우 자사판매는 현저히 떨어지고 맞대응하자니 수익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실제로 현대는 지난달 판매가 전년에 비해 7천대가량 줄어들었다.
◇해외신인도 하락=기아사태로 해외에서 국산차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박병재 현대자동차사장은 『해외시장에서 현대와 기아, 대우라는 브랜드는 무의미하다』며 『한국차가 브랜드』라며 해외시장에서의 충격을 설명하고 있다.
◇경영손실=경영진들도 현업에 손을 떼고 기아사태에 매몰돼 있다. 자동차업계는 『정부관료들이 자동차산업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하며 기아를 방치할 경우 이른 시일내에 기아는 물론 국내자동차 산업이 「기아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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