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금리인상이나 증세정책을 피하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오는 2011년까지는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손 교수는 23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2.4%에서 내년 2.0%, 2011년에는 2.5%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이자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내에서도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단계에서 긴축으로 돌아서면 자칫 세계경제가 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대공황기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지난 1933년 취임 직후 재정적자를 우려해 세금을 올린 것과 일본 역시 1994년 침체가 시작된 지 3~4년 만에 긴축으로 돌아섰던 게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지금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더블딥을 더 우려해야 한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많지 않지만 20~30%가량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올 상반기 정부지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42%나 많았고 따라서 하반기에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은 무역흑자를 얘기하는데 이보다는 무역의 규모가 더 중요하다. 무역규모가 고용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돈이 많이 풀렸어도 아직 금융사의 신용공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은행이 민간에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시점에 통화량 회수를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부양기조 자체를 변경할 것이 아니라 주식투자 증거금을 높이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하는 등 정책수단을 적절히 동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2년 후에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면 현재의 경제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 투자를 하려면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 경기부양책을 지속해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는 신뢰가 있어야 기업들이 투자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믿음이 없다. 정부의 요구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보완할 점은. ▲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4%, 내년에는 2.0%, 내후년에는 2.5%가량 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 왔는데 실수 없이 이 같은 기조를 유지시켜야 한다. 미국 월가에서는 경제 전망에 대해 비교적 비관적인 데 비해 한국 의학자나 관료들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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