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ECB 기준금리 무용론 확산

실제 적용되는 시중금리 각국 국채금리가 좌우… 경제 상황과 반대 움직임<br>금리정책 약발 안먹혀 유럽 재정위기 더 심해져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가 무용지물이라는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정부ㆍ가계나 기업에 실제 적용되는 시중금리가 ECB의 기준금리와 상관 없이 각국 경제사정이나 국채금리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탓이다.

ECB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인 0.75%로 내렸지만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피그스(PIIGS, 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의 경우 시중금리가 오히려 고공행진을 하며 경기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독일ㆍ프랑스ㆍ핀란드는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은데도 시중금리가 역대최저 수준에서 움직이며 거품을 키우고 있다. 가령 지난 5월 스페인의 모기지금리는 4.32%로 2.03%인 핀란드의 두 배에 달한다.

통상 한 나라의 경기가 둔화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투자ㆍ소비를 촉진시키고 경기과열이면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 유로존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유로존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이 무력화되면서 재정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예로 들면 PIIGS의 경우 모기지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가격 폭락→하우스푸어 양산→경제위기감 고조→금리 다시 급등'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ㆍ핀란드 등은 유로존 위기에도 거품경제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최근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는 사상유례 없이 낮은 모기지금리로 지난해 독일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전년 대비 5.5%나 올랐다며 거품을 경고하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토마스 메이어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그 나라의 경제가 파탄됐다"면서 "극단적으로 갈린 유로존 내 금리가 모두를 위기로 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같은 금리정책의 왜곡은 유로존 위기의 주요 원인인 역내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 PIIGS의 기업은 높은 자금조달 비용 때문에 경영난을 겪는 반면 독일ㆍ프랑스 기업은 싼 값에 돈을 빌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독일 등 북유럽 국가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 간의 경제력 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제 역할을 하던 ECB의 기준금리가 유럽 재정위기 고조로 있으나마나 한 정책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현재 PIIGS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기관은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각국의 상황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ECB의 기준금리를 따르기보다 그 나라의 실제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국채금리를 참고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과 핀란드 국민이 은행에서 똑같이 25만유로를 빌렸어도 각국의 시중금리 차이 때문에 스페인 국민이 핀란드보다 한달에 300유로가량을 이자로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ECB 이사회의 크리스티앙 누이예르 위원조차 "각국의 금리가 천차만별"이라며 "ECB의 금리운용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ECB가 기준금리에 또다시 손을 대는 것보다 각국의 실질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국채를 매입해 금리하락을 유도, 정상적인 경제 메커니즘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하지만 이는 물가폭등과 각국의 긴축재정 의욕을 꺾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독일의 반발에 부딪혀 난망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단일화폐인 유로화가 출범한 1999년 회원국들은 유로화 사용에만 동의했을 뿐 그 외 기준금리 운용방안을 비롯한 재정통합에는 소홀했다"면서 "그때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현재의 위기를 겉잡을 수 없이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