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이번 결정이 시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유럽의 뱅크런 가능성을 일부 해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위기 해소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추세 전환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1포인트 가량 오른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페인 위기 고조와 유럽 각국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혼재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도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 반전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페인 은행권 회생을 위해 유로존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전날 글로벌 증시의 흐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설이 나돌기 시작한 8일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75% 오랐고 브라질(0.51%)과 스페인(1.71%), 그리스(0.10%) 등도 상승했다. 영국(-0.23%)과 독일(-0.22%), 프랑스(-0.63%) 등도 약세를 기록하긴 했으나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이 유럽은행의 뱅크런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유럽에서 무질서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구제금융으로 스페인 은행의 뱅크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외국인의 매도세도 일정 수준 완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성봉 연구원은 "지금까지 유럽계 자금의 매도가 많이 나왔지만 뱅크런에 대한 우려가 희석화되면서 이러한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외국인 매도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이러한 결정만으로 국내 증시의 추세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구제금융을 통한 자금 수혈로 스페인 금융권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뿐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전히 사그라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 재총선(17일)과 G20정상회담(18일)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학균 연구원은 "그간 지적됐던 스페인 금융위기 우려가 다소 사그라졌으나 근본적인 불씨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중국 등 변수가 여전해 국내 증시에도 미치는 영향이 그리 길게 지속되기는 힘들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이 호전되는 낙폭과대 우량주나 중국관련 소비주를 분할매수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증시 반등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상승할 때 대형 우량주나 낙폭 과대주를 사두는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여전히 실적 향상의 기대감이 살아있거나 화학 등 지금껏 주가가 크게 조정 받은 종목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도 "각국의 정책 공조가 점차 부각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며 "오는 3ㆍ4분기를 기점으로 국내외 증시가 다시 반등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중국 관련 소비주나 지금껏 많이 빠졌던 화학 종목 등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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