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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 소리를 들었던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5·한국명 이진명)가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니 리는 6일(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화이트설퍼스프링스의 올드화이트TPC(파70·7,287야드)에서 끝난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4인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쳐 데이비드 헌(캐나다), 케빈 키스너,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과 공동 선두로 정규라운드를 마친 그는 헌과 치른 2차 연장에서 파를 지켜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2012년 PGA 투어에 진출한 대니 리는 정규투어 대회 98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13-2014시즌 받은 78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120만6,000달러(약 13억5,000만원)를 우승상금으로 받은 그는 시즌 상금랭킹 18위(246만달러)로 급상승했다.
값진 생애 첫 우승으로 대니 리는 프레지던츠컵 출전의 꿈에도 바짝 다가섰다. 세계연합팀과 미국대표팀이 벌이는 프레지던츠컵은 올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다. 대니 리는 이날 우승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시즌 대회를 27개나 참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랭킹을 끌어올려 오는 10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은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답했다.
현재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 랭킹 포인트 47위인 그는 20위 부근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승으로 16일 개막하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도 획득해 12명의 세계연합팀 대표로 뽑힐 전망이 밝아졌다. 메이저에서는 랭킹 포인트가 일반 대회의 2배가 주어진다.
한국에서 태어나 8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대니 리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다. 골프 티칭프로 출신인 어머니 서수진씨의 지도로 골프를 시작,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한 그는 2008년 18세1개월의 나이로 US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는 타이거 우즈(40·미국)가 보유했던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18세7개월29일)을 6개월 이상 앞당겼다. 이 기록은 이듬해 17세였던 안병훈(24)이 다시 깨뜨렸다. 2009년 2월에는 유럽프로골프 투어 조니워커 클래식에서도 최연소로 정상에 오른 그는 그해 4월 프로로 전향, 2011년 PGA 2부 투어를 거쳐 2012년 '빅 리그'에 입성했으나 우승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3월 'B급 대회'로 분류되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준우승한 그는 마침내 자신의 경력 최고의 수확을 올리며 우승 갈증을 씻었다.
이날 4명의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대니 리에게는 17번홀(파5)이 행운의 홀이었다. 16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선두권을 추격하던 그는 17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홀 2m 옆에 붙이며 공동 선두로 올라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었다. 18번홀(파3)에서 벌어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대니 리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4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헌 역시 버디를 잡았고 키스너와 스트렙은 탈락했다. 17번홀에서 이어진 2차 연장전에서 대니 리는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냈지만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파를 지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헌은 티샷을 나무 뒤쪽으로 보낸 탓에 4타 만에도 그린을 밟지 못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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