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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비자운동 지원 기금만이 능사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단체가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신설을 위해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난 14일 국회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공정위 과징금의 일부로 소비자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나왔다. 과징금이 국고로 환수돼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못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논지다.

그동안 우리 소비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 속에서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소비자단체는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소송의 어려움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대로 권리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금 설치를 공약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징금을 떼어내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소비자단체를 지원해도 기금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예산이 한번 들어가면 쉽게 중단하기 어려운데다 과징금의 성격이 피해구제보다 불공정행위 억제에 맞춰져 있다는 데 이유가 있다.



자금집행의 최종 권한이 공정위에 있어 정부가 기금운용에 영향력을 미칠 소지도 크다. 소비자운동의 관변화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비용부담에서 벗어난 소비자들이 조그만 사안에도 손해배상을 남발하고 관련단체가 이를 자신의 실적으로 포장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 불공정거래의 손해배상액을 피해액의 3배로 높이고 소송비용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 관련소송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소비자 피해 구제와 소비자운동 지원을 위해 꼭 정부 돈으로 기금을 만들 필요는 없다. 차라리 해당 부처의 지원예산을 늘리거나 정부가 피해 소비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는 공익소송제를 도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집단소송의 손해배상액 산정을 기업에 부과하는 것도 대안이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무작정 서두를 일이 아니다. 기초연금에서 보듯이 문제가 있으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기금이 정말 필요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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