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2013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로부터 우리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날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한민국 김치문화축제'가 경복궁 내에서 열린 날인데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오후4시경에 낭보가 날아왔다.
등재표기 Kimjang 아닌 Gimjang이 합당
이번 등재 대상은 김치라는 단일요리가 아닌 김장이라는 문화다. 음식이라는 결과물보다는 음식을 매개로 생성되고 오랫동안 전승·발전시켜온 문화를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판단한다는 유네스코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김장은 가족과 이웃이 모이고 호흡을 맞춰 품앗이하는 전통이 살아 있는 공동체 문화로 발전했다. 산업화·핵가족화에 밀려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지금도 겨울이면 불우이웃을 위해 김장을 담그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더 큰 존중과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가 유네스코에 등재시킨 정식제목은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lic of Korea)'다. 애초 우리가 신청한 이름에는 '한국'이 없었지만 의장단 회의에서 한국만의 정통한 김장문화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영문 명칭에 'in the Republic of Korea'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명칭 문제가 존재한다. 지난 8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재 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문화재청 예규 제124호)'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유명사는 단어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거나 로마자 표기와 의미역 표기를 병행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로마자 표기'라 함은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소리 나는 대로 해당 음을 로마자로 옮기는 방식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9조(무형문화재)에서 '강강술래'는 'Ganggangsullae'로 표기함을 밝히고 있다. 또 김포를 'Gimpo'로, 김천은 'Gimcheon'으로 쓴다.
한국문화 확산 위한 용어통일 시급
이 원칙에 따르면 김장은 'Kimjang'이 아니고 'Gimjang'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법에서 'ㄱ' 은 'g' 로 표기하도록 돼 있는데도 김장을 'Kimjang'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른 표기법이 되지 못한다. 김치는 오랫동안 'Gimchi'가 아닌 'Kimchi'로 통용해왔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국제적 용어로서 새로 지정하는 중요한 이 시점에 '김장'의 영어명칭을 바른 표기법에 따라 'Gimjang'으로 정하는 것을 미뤄서는 안 된다.
외국인의 'g' 발음이 우리의 'ㄱ'발음과 미묘하게 달라서 'k'로 표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새로 용어표기를 지정할 때 실제 발음에 구애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표기법에 따라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말의 영어 용어에 오류가 있거나 통일되지 않으면 온·오프라인으로 접근하는 외국인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장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한국과 한국문화라는 원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외국에서 김장을 검색할 때 'Kimjang'과 'Gimjang' 두 용어가 혼재한다면 우리를 알리는 데 있어서 시작부터 마이너스 효과를 내게 된다.우리 문화에 생소한 외국인들을 찾아가서도 홍보를 해야 하는데 스스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사전에 시정하는 것이 마땅하며 국력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장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발맞춰 하루빨리 원칙에 맞는 용어통일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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