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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복지 길을 찾자] <중> 서둘러야 할 재정 연동 체계 구축

"중부담·중복지를 정책 기조로… 세원관리·세정강화 우선해야"

조세 개혁 로드맵 만들고 소득 파악 인프라 마련해

세입·세출 구조조정 필요… 즉각적인 증세는 피해야

거국적 대타협 기구 구성… 복지방향·재원 등 논의를

지난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복지 구조조정 무엇을 어떻게 하나 토론회''에서 이종천(왼쪽 세 번째)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의 복지제도는 증세만으로 재원조달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들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최하위, 국민부담률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부담·저복지, 중부담·중복지, 고부담·고복지 논의가 한창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지만 대체로 스웨덴 등 북유럽은 고부담·고복지, 독일 등 서유럽은 중부담·중복지, 미국 등 영미 국가는 저부담·저복지로 분류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 간에도 어느 정도 수위의 복지를 부담할지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지만 한국이 앞으로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을 달지 않는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필연적으로 중부담 이상으로 가게 될 것이고 고부담은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독일과 스웨덴의 중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이며 전면 무상보육·급식 등 무상 시리즈는 고부담이 아니면 힘든 만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고령화 속도와 남북통일시 복지비용 추가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북유럽과 남유럽·서유럽·영미식 등 다양한 복지 모델이 있는데 한국의 복지부담은 그 나라들의 평균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같은 복지지출 수준을 토대로 어떤 복지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복지는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이미 저복지가 아니고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부담 역시 아니다"라며 "논의의 프레임이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의 개편이 아니라 현재의 중부담·중복지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부담·중복지 기조를 세운 뒤 가장 먼저 손을 봐야 하는 제도로 조세제도를 꼽았다. 다만 즉각적인 증세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유경준 부장은 "우선 세원관리와 세정강화를 위해 노력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부족하면 세율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지 조세저항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원관리·세정강화를 위해 우선 소득파악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유 부장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위원회와 기구 등을 두고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현 정부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 초반에는 힘썼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현재는 그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세를 현재 40% 정도가 내지 않는데 소득이 있는 사람은 소득세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출 구조조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 부장은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중소기업 지원 등의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처 간 중복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필요없는 사람에게 복지지출을 하는 것 역시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증세부터 해버리면 답이 없다"며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인세와 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의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훈 교수도 "당장은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조세정의 확립이 더 중요하다"며 "그러고 나서 앞으로 5~10년간의 조세개혁 로드맵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안 교수는 "증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를 깎아준 뒤에도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채 투자와 고용창출에 힘쓰지 않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법인세 쪽에서 이뤄져야 하고 초고소득층 과세구간 신설과 세율 상향조정도 필요하다"며 "이후 전 국민이 조금씩이라도 소득세를 더 내야 할 것이고 소비세도 좀 올리는 순서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도 장기적으로는 대타협 방식으로 증세를 논의하자는 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당장 증세부터 말하기보다 조세정의 확보와 경제살리기 논의부터 하자는 '속도조절론'으로 읽힙니다. 결국 증세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셈입니다."

복지와 조세제도를 아우르는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교수는 "복지국가국민원탁회의 등 거국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해 복지 우선순위 조정과 재원마련 방안을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정치인들에게만 이 이슈를 맡길 경우 빚내서 그저 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복지정책을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증세나 복지 조정이 정치인들에게는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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