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중 개설되는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과거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은 원·엔 직거래 시장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국의 대표 화폐경제학자에게서 나왔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한 위안즈강(사진) 푸단대 경제대학원장은 지난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은 무역 규모나 상호연계성 측면에서 특별하고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며 "원·위안 직거래 시장의 전망은 굉장히 밝다"고 밝혔다. 1996년 개설된 원·엔 직거래 시장은 대일무역적자로 엔화 유동성이 부족해 개장 4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원·위안 시장은 대중무역 흑자로 국내로 위안화가 들어올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양국의 경제 의존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직거래 시장도 원활히 작동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위안 원장은 1997년에는 중국 경제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쑨예팡경제학상을 받은 중국 금융·경제·위안화 관련 전문가다.
그렇다면 중국인 금융전문가가 바라보는 한국의 위안화 허브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위안 원장은 경쟁력은 있지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확답은 어렵다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려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식 모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한국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법으로 제조업과 한류를 꼽았다. 위안 원장은 "한국은 1980년 이후 제조업, 연구개발(R&D) 등을 집중 육성했다"며 "앞으로도 제조업과 첨단기술 등에서 신공업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세계가 주목할 만한 기업들이 키워져 자연스레 세계 자본을 한국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발전한 금융은 더 탄탄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도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 원장은 "한류가 전세계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한류를 이용해 투자를 유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위안 원장은 위안화 국제화에 대해서는 3~5년 내 괄목할 만한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하이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킨 후 인민은행 총재를 비롯해 경제학자들이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현재 1달러당 6.12위안인 달러·위안 환율이 10년 뒤에는 1.5위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와 위안화의 가치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년 뒤면 위안은 달러나 유로와 같은 위상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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