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2011년 유로존 재정 위기 이후 4년 만에 최대 기로에 섰다. 중국발 쇼크가 신흥시장을 강타하면서 회복세가 아직 부진한 미국,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막 탈출하려는 유럽까지 휩쓸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글로벌 경제의 구원투수가 없다는 게 최대 불안 요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던 중국은 위기의 진원지로 돌변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 중이다.
◇"4년 만에 금융위기 오나" 불안감 최고조='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21일(현지시간) 하루에만 46.5% 폭등한 28.03을 기록했다. 이는 유로존 재정 위기 사태가 불거졌던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8월 들어서만 100% 이상 급등해 1990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보였다.
신흥국의 부도 위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6.90으로 1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말레이시아의 CDS프리미엄은 183.79로 2011년 10월 초 이후 가장 높았다. 브라질은 323.11로 2009년 3월 이후, 러시아는 405.85로 올해 3월3일 이후 각각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발 환율전쟁에 신흥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탈출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3개월 동안 19개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투자가들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신흥국이 금융위기 직전에 몰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25억달러로 지난해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투자가들이 2008년처럼 동시 처분에 나설 경우 파국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네리먼 브라베시는 "신흥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이는 내년까지 글로벌 성장에 방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의 구원투수가 없다"=더 큰 문제는 중국 리스크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공매도자인 짐 채노스는 "중국 경제 상황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전능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투자가들이 알게 되면서 증시 부양책마저 패닉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보다는 소비·성장 등 실물 경제 악화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는 시장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올 1·4분기와 2·4분기 성장률을 7%라고 발표했지만 "믿을 수 없는 통계"라는 반응도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상반기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이 6.3%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2.2%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발 환율전쟁이 가속화하면서 신흥국 위기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바클레이스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10%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가장 취약한 통화로 중국 영향력이 큰 한국과 대만·말레이시아 통화를 꼽았다. 더구나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발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기가 더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시장 회복세와 새로운 경제 중심으로 떠오른 서비스 산업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 비관론은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국은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위안거리다. 실제 신흥시장의 주식·통화 가치가 동반 추락하고 있지만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중국 경기 둔화에도 미 경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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