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발표를 앞두고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경제성장률 목표가 7% 전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대 원자재 수요처인 중국 경기의 위축 우려가 구리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가격은 한달 사이 하루 하락폭으로는 가장 큰 1.5%나 떨어졌다. 구리 가격은 지난 1월29일 5년 만의 저점을 확인한 뒤 미국과 중국의 수요회복 기대감으로 7.3%나 올랐지만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다시 하락한 것이다. 시카고 상품회사인 린그룹의 아이라 엡스타인은 "시장이 목요일 회의(전인대)를 기다리고 있다"며 "최근 반등은 중국 경제에 대한 희망이었을 뿐 의미 있는 상승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경기선행지표로 통하며 '닥터 코퍼(Dr Copper)'로도 불리는 구리 가격 전망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경기부양으로 수요회복이 이뤄지며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하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 증가세가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중국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귀결된다. RJO퓨처스의 밥 하버컨 수석상품 브로커는 "달러화 강세로 상품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데다 중국의 경기둔화 현실화는 상품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인대에 쏠리는 시장의 시선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에 맞춰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에 중국 지도부는 목표성장률을 7% 내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로 낮출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보수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6.8%로 잡고 있는 만큼 목표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푸잉 전인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이 대략 10% 안팎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국방예산이 8,082억위안(약 141조원)이었던 만큼 올해 국방예산은 8,890억위안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7.5%였던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1년 12.7%로 두자릿수로 뛰어오른 후 2012년 11.2%, 2013년 10.7%에 이어 지난해 12.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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