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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16일] 이상한 '재건축 연한 단축'
입력2009-12-15 17:42:47
수정
2009.12.15 17:42:47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건축물은 재건축으로 구조 안전을 보강해야 합니다."
서울시 의원들이 재건축 가능 연한을 기존의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는 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내놓은 '제안 이유'다. 서울시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지진 발생시 위험하니 재건축으로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현재 조례로는 지난 1992년 이후 준공된 5층 이상 건축물은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이 가결되면 1993년 이후에 준공된 건축물은 층수에 관계없이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1986년 말 이전에 준공된 건축물은 당장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올해 59건의 지진이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지난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을 통틀어도 국내에서 발생한 수백건의 지진 중 서울에서 일어난 것은 2~3건에 지나지 않는다. 내진설계를 이유로 재건축 연한을 앞당기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재건축은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 게 현실이다. 재건축 시기를 앞당기자는 것도 건물의 위험성보다는 낡은 집을 고치고 재산도 늘리자는 게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 30년간 압축성장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주거환경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하거나 주택 내부구조가 현재의 가족 구성원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가적 자원낭비, 환경 피해 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는 2013년까지 30만가구 이상이 재건축 가능 단지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주택은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일시에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환경 피해뿐 아니라 주택 수급불균형도 우려된다.
조례 개정안은 16일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서 심의된다. 낡은 집을, 재산까지 늘리며 고치고 싶은 소유자의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정책을 담당하는 시의원이라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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